[사설] 경제수석이 나서면 장관들이 일 하겠나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이 언론을 상대로 매달 1일 정례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고 한다. 민생 현안과 정책 이슈를 정리하고 정책방향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안 수석은 지난 1일 첫 브리핑에서 경제활성화 및 민생안정 법안 19개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고 한다. 여당의 7·30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청와대가 정치 굴레에서 벗어나 이제는 경제살리기에 올인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널리 알리는 것은 해당 부처의 소관이다. 더구나 청와대 홍보수석도 아니고, 경제수석이 공개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경제수석도 대통령의 비서들 중 하나다. 비서는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자리이지, 큰 소리로 웅변하는 자리여선 곤란하다. 더구나 경제수석의 말은 대통령 의중을 직간접으로 표현하는 듯한 외양을 띠게 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자칫 경제부처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비쳐 장관들의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경제는 곧 심리이고, 정부가 앞서 끌어갈 때 국민도 희망을 갖고 따라와야만 효과가 난다. 하지만 부총리와 장관들이 할 일이 있고, 경제수석이 할 일이 따로 있다. 경제수석은 각 부처의 이견을 조율하고 대통령과 장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기본업무로 한다. 법률 제·개정안을 제출하거나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고 사후 책임을 감당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과거 정권에서도 소위 ‘힘 있는 경제수석’이 전면에 나서 장관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거나 마찰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경제팀에서 마이크 잡는 사람이 많을수록 말실수나 불협화음이 나오기 쉽다. 전임 경제수석은 ‘거위 털 뽑기’ 발언으로 복지증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나. 정례 브리핑이 필요하다면 최경환 부총리와 관련 부처가 해야 한다. 안 수석은 최 부총리, 강석훈 의원과 3인방으로도 불린다.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나중에 큰 설화를 부를 수도 있다. 장관들이 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수석이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청와대의 문제가 장관들과의 소통이다. 그 불통을 더 악성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