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세월호 유가족 만난 파파…얽힌 정국 실마리 풀릴까

교황 방한의 정치학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첨예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교황의 이번 방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정국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14일 이와 관련, “교황님이 첫 일정으로 세월호 유가족, 새터민 등 평신도를 만나고서 작은 국산 자동차 ‘쏘울’을 타고 이동하셨다”며 “(교황께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인들이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고 직접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에 대한 각성과 힘을 가진 사람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교황의 방한을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환영 드린다”면서 “방한 기간에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고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데 우리 정치권도 교황의 뜻을 본받아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이어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초청했다.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 때도 인근 현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교황으로서 처음 방한했던 요한 바오로 2세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등으로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광주를 찾아 “근래 여러 비극으로 말미암아 마음과 영혼에 아픔을 주는 상처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또 부산 수영만비행장에서 ‘기도와 노동’을 주제로 집회를 열고 “정당한 임금을 통해 그 부의 혜택이 의롭게 증대되도록 형제애를 보여야 한다”고 말해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힘없고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헌신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분”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으로 파행을 빚고 있는 여야 정치권도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교황을 본받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