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화 공정' 집중…삼성전자, 김기남의 전략이 통했다

20나노 모바일 D램 대량생산 성공

회로 선폭 줄이면서도 전기적 간섭 현상 해결
전력소비 줄고 속도 향상…생산단가도 대폭 낮아져
경쟁업체와 '초격차' 유지
삼성전자가 PC용에 이어 모바일 D램에서도 20나노(회로선폭)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김기남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사진)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반도체 미세화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모바일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삼성은 지난 3월 최초로 PC용 20나노 D램 양산을 시작했고, 이번엔 모바일 D램에서도 값비싼 신규 장비 도입 없이 공정 일부만 바꿔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미세화는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줄이는 작업으로, 선폭이 줄어들면 전자 이동이 쉬워져 전력소비가 줄고 작동 속도도 빨라진다.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생산단가도 낮아진다. 하지만 선폭이 너무 좁아지면 전기적 간섭현상으로 데이터 저장 때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개발한 ‘극초단파 노광기’를 쓰면 되지만, 가격이 대당 1000억원 이상으로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극초단파 노광기 없이 20나노 D램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봤으나, 삼성은 일부 공정과 반도체 소재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20나노 D램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메모리사업부를 맡은 이후 줄곧 “미세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을 주문해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20나노 이하 D램을 만드는 게 워낙 어려운 만큼 일단 개발만 하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20나노 모바일 D램 출시로 업계 2, 3위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비해 최소 1년 이상 앞서게 됐다.또 미세화할수록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한 장의 웨이퍼(기판)에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나노 D램은 25나노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제품 수가 30% 이상 늘어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메모리반도체의 추가 미세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였다.

삼성은 전체 D램 생산량 중 20나노 비중을 올해 말까지 9%, 내년엔 50%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대와 KAIST를 거쳐 미국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사장은 30년 넘게 메모리반도체만 연구한 전문가로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을 지냈다. 권위 있는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상위 0.1%만 될 수 있다는 석학회원이기도 하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