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성명훈 서울대병원 국제사업본부장 "한국 의료진, 중동 중심서 '의료한류'…國格 높이는 효과볼 것"

메디컬 이슈
특별 인터뷰

12월 개원 앞둔 UAE 왕립병원 사업'진두지휘'

英·美·日 꺾고 병원 운영권 따내
임상역량·자체개발 정보 시스템 덕분
의료인력·의료기기·제약산업 등
글로벌 시장서 한국 위상 높아질 것
UAE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병·의원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면서다. 특히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왕립병원의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서울대병원이 화제다. 5년간 운영비만 1조원 규모로, 국내 의료계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해외 대형의료기관 운영권을 확보한 것도 국내 대학병원 역사상 처음이다. 이 같은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UAE 현지 병원의 수장(CEO)으로 성공적인 개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성명훈 서울대병원 국제사업본부장(57·이비인후과 교수·사진)을 24일 만나 프로젝트 선정 과정과 개원 준비상황, 기대효과 등을 직접 들어봤다.

▷UAE 현지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지요.

“올해 12월2일 1차 개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정신없이 바쁘네요. 지난 추석 명절 때도 병원 식구들과 함께 UAE에서 보냈습니다. 우리가 잘해야 국내 의료계의 해외진출뿐 아니라 국가적 신인도가 올라간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UAE 왕립병원은 어떤 곳입니까.

“UAE 왕립병원의 공식 명칭은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Sheikh Khalifa Specialty Hospital)입니다. 이 병원은 UAE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해 지역사회에 기부하고자 설립한 비영리 공공병원이지요. 라스 알 카이마(Ras Al Khaimah)에 있습니다. 중동지역에서 유명한 휴양도시로 유럽·러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서울대병원 시스템이 적용되나요.

“병원은 일차적으로 248병상 규모로 운영됩니다. 암, 심장질환, 어린이질환, 응급의학, 재활의학, 신경계질환 등에 중점을 둔 3차 전문병원이지요. 지상 5층, 지하 1층에 대지면적만 20만㎡, 연면적 7만2248㎡ 규모입니다. 건물은 이미 완공돼 있고, 암 진단장비인 PET-CT(양전자 단층촬영기기) 등 첨단 의료장비도 설치돼 있어, 이제 저희들이 가서 운영만 하면 됩니다. 12월2일이 UAE 국경일이어서 이때에 맞춰 암·심장질환 진료를 먼저 시작하고, 내년 4월 정식 개원할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병원들과 경쟁이 치열했지요.“UAE에서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세계 유수 병원들에 사업참여를 제안했고, 저희가 사업참여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그 이후 수차례 현지를 방문해 관계자 면담과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쳤고, 올해 6월 초 UAE 대통령실 실사단이 방한해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를 둘러보고 최종심사를 했습니다. 같은 달 26일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저희와 경쟁한 병원은 미국·영국·독일 등 말이 필요 없는 유명 병원들이었지요.”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선정된 요인은.

“아직 서울대병원의 국제적 인지도가 낮다 보니 당초 저희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한국 정부와 아부다비보건청 간 환자의뢰계약을 맺은 후 국내 의료에 대한 UAE 현지의 우호적인 평판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지난 5월 UAE 순방 때 지원을 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됐지요. 서울대병원의 암 치료 성적, 임상 경험 등의 역량과 저희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등 병원운영 능력 면에서 매우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병원의 적극적인 의지도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현지 파견 인력은요.

“진료에서부터 경영 관리, 현지 인력 채용과 교육 등 말그대로 병원운영 전반을 서울대병원이 다 맡아서 하게 됩니다. 최소 150~200여명의 서울대병원 인력이 현지에 가게 될 겁니다. 총 1400여명의 병원 인력 중 나머지는 현지 및 세계 각국의 인력으로 채용할겁니다. 이미 20여명의 의사와 60명의 간호사, 보건직과 행정직 각 30명 등 1차 개원에 필요한 인력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상당수가 국내와 현지를 오가며 개원 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도 저와 같이 현지에서 병원 운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됩니다.

“국내에서 파견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을 비롯해 5년간 위탁운영을 위한 병원 예산 1조원 이상을 UAE 대통령실에서 받게 됩니다. 또한 앞으로 병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에 따른 수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요.

“한국 의료수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UAE는 중동 보건의료시장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UAE 대통령실에서 큰 의미를 두고 건립한 병원을 우리가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중동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의료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유무형의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사·간호사 등 국내 의료인력의 해외진출로 인한 새로운 차원의 활동영역이 생기고,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의료정보시스템,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제약 등 연관 산업의 동반진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리=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성명훈 본부장 약력

1982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1990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해왔다. 전공은 갑상샘, 구강, 인후두 수술 분야다.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과 강남센터 원장,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국제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