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음식 조금씩 나눠 먹으면 혈압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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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생Q 저는 평범한 40대 직장인 남성입니다. 집안 내력이 있어서 그런지 건강검진 때 혈압이 140이 넘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조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말씀 부탁합니다. 이철민(45·서울 광진구)
장익경 의학전문기자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A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음식 섭취량이 동일하다고 했을 때, 식사를 2회 이하로 하는 사람이 3회 이상 하는 사람에 비해 혈압 수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종전까지 하루 식사 횟수가 적을수록, 심혈관계 위험인자인 비만이나 고지혈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혈압과의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처음입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얼마 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19세 이상 성인 남녀 4625명에게 하루 식사 횟수와 혈압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습니다. 하루 식사 횟수가 △2회 이하는 9%(429명) △3회는 40%(1830명) △4회는 35%(1636명) △5회 이상은 16%(730명)로 조사됐습니다. 하루 식사 횟수는 아침·점심·저녁 등 일반적으로 말하는 삼시세끼 식사뿐 아니라 새참 간식 등도 포함된 개념입니다.
분석 결과 역시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혈압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식사 횟수가 2회 이하 그룹의 혈압 수치(단위 ㎜Hg)는 수축기 120.66, 이완기 78.36으로 나타난 반면 식사 횟수가 늘수록 혈압은 점점 낮아져 5회 이상 그룹은 수축기 117.92, 이완기 76.5였습니다.즉 식사 횟수가 하루 5회 이상인 경우는 2회 미만인 경우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3㎜Hg, 이완기 혈압은 2㎜Hg 감소했습니다. 이는 적절한 음주 또는 저나트륨 식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혈압 강하 효과입니다.
수축기 혈압을 3㎜Hg만 낮춰도 뇌졸중 위험률은 8%,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률은 5%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이완기 혈압을 2㎜Hg 낮추면 고혈압 위험률은 17%, 뇌졸중 위험률은 14%,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률은 6% 떨어진다고 학계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의 총 열량 섭취가 일정할 때 음식 섭취 횟수가 적어지면 한꺼번에 먹는 양이 늘어납니다.이는 인슐린 분비 증가 복부비만으로 이어져 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복부비만의 영향을 제외하고도 음식 섭취 횟수가 적어지면 혈압이 상승합니다.
음식 섭취 횟수가 적고 불규칙하면 상대적으로 인슐린 반응이 항진돼 교감신경계를 자극하고, 나아가 나트륨 배설을 감소시키는 등의 기전을 통해 혈압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음식 섭취 횟수가 적은 분들은 상대적으로 과일·채소 등의 섭취가 적어져 비타민 C·E, 칼륨과 같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소 섭취가 줄어듭니다. 식사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건강 궁금증, 속시원히 답해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한국경제TV는 국내 주요 병의원들과 손잡고 매달 의료상담 코너인 ‘건강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게재하고 있다. 병원에 가자니 아리송하고 그냥 넘어가려니 뭔가 찜찜할 때 어떤 건강 궁금증도 관련 전문의를 통해 상담해주는 코너다. 그동안 알고 싶었던 건강 질문을 매월 15일까지 장익경 한국경제TV 의학전문기자(사진·ikjang@wowtv.co.kr)와 이준혁 기자(rainbow@hankyung.com)에게 보내면 속시원히 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