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IT차이나…추월 당한 IT코리아] 中, 자국기업 보호하려 구글도 차단…韓, 역차별 규제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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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주년 기획“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서버를 해외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옵니다.”
너무도 다른 韓-中 IT 정책
국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의 이재환 디지털콘텐츠사업부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구글 독점, 국내 역차별’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구글, 애플로 대표되는 해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국내 앱 장터를 독식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제대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예를 들어 T스토어나 네이버의 ‘N스토어’ 같은 국내 앱 장터에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앱을 판매하려면 해당 앱 개발사는 먼저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반면 해외 개발사들은 신고 없이 앱을 등록·판매할 수 있다. 또 정부는 국내 앱 장터는 3개월 이내에는 앱을 환불해주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구글은 2시간, 애플은 2주 이내의 느슨한 환불 규정을 적용 받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이대로라면 한국 인터넷산업은 5년 내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역차별 덫에 걸린 국내 인터넷산업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하나씩 외국산 서비스에 종속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강자였던 판도라TV 점유율은 2008년 44%에서 지난 6월 3.8%로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구글의 유튜브 점유율은 2%에서 79.4%로 늘었다.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탓이 컸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물 규제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에만 적용된다.
반면 중국은 자국 인터넷 기업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기업이 구글이다. 중국 국가 지도자 이름이나 일부 영어단어, 당국이 지정한 금지어 등을 검색하는 경우 사이트 접속을 최대 90초간 중단시킨다. 한 달에 한 차례씩 몇 시간 동안 아예 구글 사이트 접속을 막기도 한다.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 역시 중국 내에서는 부분적으로만 접속 가능하다. 중국의 규제로 구글 점유율은 2009년 30%대에서 지난 2분기엔 10.9%로 쪼그라들었다. 견디다 못한 구글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서버를 홍콩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검열은 여전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미 차단된 지 오래고, 한국의 카카오톡과 라인 같은 메시징 서비스도 지난여름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 IT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