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랜드마크 호텔 '차이나 머니'가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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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 커지는 차이나 파워 글로벌 부동산 매입 열풍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월도프아스토리아가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1931년 문을 연 이 호텔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중국 안방보험이 2조원에 인수
단일 호텔 매각 금액으론 사상 최고
英 런던 금융빌딩·佛 클럽메드 등
유럽 부동산도 속속 중국인 손에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949년 이 호텔을 인수한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월드와이드가 중국 보험사인 안방(安邦)보험에 19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받고 호텔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6일 보도했다.WSJ는 이번 거래금액이 단일 호텔 매각 금액으론 가장 큰 액수라며, 1413개의 객실 수를 감안할 때 객실당 140만달러(약 14억9000만원)를 지급한 셈이라고 전했다. 힐튼그룹은 매각 후에도 앞으로 100년간 호텔 운영을 맡는다.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매입 1년간 220억달러
83년 역사를 가진 이 호텔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화려한 내부장식으로 유명하다. 미국 역대 대통령과 전 세계 명사들이 자주 묵는 호텔로, 지난달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등 10여개국 정상들이 한꺼번에 투숙하기도 했다.
중국 안방보험의 아스토리아호텔 인수를 1989년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가 14억달러를 주고 ‘맨해튼의 심장’이라 불리는 록펠러센터를 사들인 것에 빗대 보는 시각도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후 일본 정부가 급등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저리의 막대한 자금을 움켜쥔 일본 기업들이 대거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을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하와이 기습에 비유해 ‘진주만 침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최근 중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매입 열풍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민영투자 기업인 푸싱그룹이 맨해튼 남단 월스트리트의 노른자위에 있는 원체이스맨해튼플라자를 7억2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또 다른 대표 사례다. 중국 부동산 재벌인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이 애플센터로 유명한 맨해튼의 GM빌딩을 캐나다 부동산개발회사와 공동으로 34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의 미국 부동산 매입 규모는 220억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WSJ는 “중국 자본이 미국의 초고가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면서 시장에 나온 매물을 경쟁적으로 낚아채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해외 부동산 매입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한 것도 중국 기업 등의 해외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FT “중국 기업이 유럽 실크로드 깔고 있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부동산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중국 핑안(平安)보험은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금융가의 명물이자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로이즈의 본사 빌딩을 2억6000만파운드(약 4450억원)에 샀으며, 푸싱그룹은 프랑스의 리조트 체인인 클럽메드의 지분 18.2%를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채 위기로 유럽 내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중국 기업들이 ‘21세기판 유럽 실크로드’를 깔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보라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