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벗었다…90주년 삼양 "역동적 조직으로 미래동력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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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회장의 열린 경영“복장 자율화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원들과 도시락 토크 등 스킨십 늘려 공감대 형성
파격적 복장 자율화 도입
7일 창립기념식 개최…"초심으로 돌아가 도전하자"
올해 초 삼양그룹의 과장급 이하 사원 15명으로 구성된 ‘C&C보드(사원이사회)’는 그룹 경영을 이끄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61·사진)에게 직접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창의력 발휘를 위해서는 정장과 넥타이 차림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김 회장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남짓 시범운영한 뒤 이달 초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 실시했다. 자율 복장 허용 범위는 삼성이나 신세계 등 다른 기업보다 오히려 파격적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물론 청바지와 운동화까지 모두 착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이런 변화가 그룹의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0월1일로 창립 9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이 김윤 회장의 ‘열린 경영’을 앞세워 강력한 체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 사업인 식품을 넘어 화학과 의약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며 변신을 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변화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답이 있다삼양그룹에는 C&C보드 외에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하는 허심탄會(회)’ ‘신입사원과의 솔직 토크’ ‘도시락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마련된다. 모두 김 회장이 직접 참석한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허심탄회는 영업팀 사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김 회장은 “1996년 삼양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CEO만 17년 넘게 하면서 느낀 점은 ‘모든 답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뛰는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회사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도 항상 참석하고, 합격자 발표 후에는 이들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입사원부터 대리, 과장급 직원은 물론 팀 단위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경영 방침을 직접 설명한다”며 “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함께 고민하니 공감대가 잘 형성된다”고 설명했다.올해는 창립 90주년을 맞아 1년에 걸쳐 임직원과 함께 백두대간을 오르는 대장정을 했다. 작년 9월부터 지난 2일까지 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1400여명이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등 백두대간을 90개 구간으로 나눠 올랐다. 김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선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며 “임직원들이 함께 뭉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전해야 100년 기업의 꿈 이룬다
삼양그룹은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창립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고 김상홍 회장의 동생인 김상하 그룹 회장과 김 회장, 임직원 380명이 참석했다. 이 중 200명은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한 직원들이었다.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100년 기업을 위한 변화와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한 자세로 더 많이 배우고 계속 도전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그동안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삼양그룹은 김 회장이 취임한 2004년까지만 해도 삼양사 중심의 밀가루 사업과 설탕 수입, 화학섬유가 그룹의 핵심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이를 의약·바이오와 화학 부문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뚝심을 갖고 바꿔 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화학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4%에 달했다. 존재감이 없던 의약·바이오 부문 역시 국내 1위 금연보조제 니코스탑, 항암제 제넥솔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