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충남·경남, 지금 남쪽 동네는…죄다 '이순신 마케팅'
입력
수정
지면A20
혈세낭비 '우려'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영화 ‘명량’ 성공 이후 기념관을 짓는 등 앞다퉈 ‘이순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전남, 충남, 경남 등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인 해남, 통영, 아산 등 1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기존 기념관이나 테마파크와 차별성이 없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세금을 들여 만든 각종 시설물은 잡풀만 무성해지는 등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콘텐츠 차별화 없어 '그 나물에 그 밥' 지적
축제·순례길·캐릭터 등 지자체간 베끼기 극성
기존 시설물들도 잡초만 무성…애물단지 전락
○너도나도 이순신 마케팅전남도는 영화 ‘명량’을 계기로 이순신 유적지 투어 및 포토 에세이 대회 개최, 울돌목 체험프로그램 개발, 영화 ‘명량’ 촬영장 관광코스 개발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이순신 리더십 캠프 운영, 백의종군로 걷기대회, 조선수군 재건로 및 명량대첩 기념전시관 조성 등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9~12일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도 성대하게 열 계획이다.
전남 해남군은 우수영 일원에 명량대첩 기념관을 건립하고 있고 진도군은 진도타워 및 명량대첩 승전광장을 조성했다. 목포시는 이순신 장군이 108일간 주둔한 고하도에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충민사~진남관~이순신광장 등 이순신 유적지를 잇는 버스투어를 하루 두 차례씩 운영 중이다.충남 아산시는 현충사와 충무공 묘소를 중심으로 공세리 성당 등 역사문화유적과 온천욕을 포함한 시티투어코스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경남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거제시는 3000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옥포대첩 국민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했고, 남해군은 ‘이순신 순국공원 조성사업’을 내년 말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도 진해에 안골포해전 승첩비 건립사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의 모든 해안포구가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란 점을 고려해 도내 지자체들이 협력해 순례길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관건2004년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으로 사용된 전북 부안의 석불산영상랜드, 전라좌수영세트장에는 드라마 방영 직후 한 해 200만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지금은 발길이 끊겨 매년 2억여원의 운영비만 낭비하고 있다. 창원시가 16억원을 들여 조성한 한산대첩길도 잡풀만 무성하다. 2011년엔 전남도와 경남 지자체들이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거북선 만들기 경쟁에 나섰다가 수십억원의 세금만 낭비하기도 했다.
지자체들의 베끼기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전남 광양시가 지난 6월 총 6종 32가지의 이순신 캐릭터를 개발해 상표등록을 했는데 충남도도 이순신 캐릭터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강환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하드웨어적인 시설물에만 치중한다면 사후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며 “지역 사정에 맞게 이순신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차별적인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광주=최성국/창원=강종효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