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사기' 현재현 징역 12년刑…기업가 중 역대 두번째 중형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5·사진)에게 징역 12년형이 선고됐다. 이는 역대 형사재판에 넘겨진 재벌 총수 중 두 번째로 무거운 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7일 오후 열린 현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가 4만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범죄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은 징역 5년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각각 징역 4년과 3년6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서 현 회장에게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재판부는 현 회장에게 적용된 1조2985억원의 사기성 CP 등 발행 혐의와 141억원대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CP 발행 당시 자력으로 만기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현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에 집착한 나머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기망적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CP와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경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아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세조종 혐의와 6000억원대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회계 부정과 허위 재무제표 공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현 회장이 받은 징역 12년형은 역대 형사재판에 넘겨진 재벌 총수 중 두 번째로 높은 형이다. 최고형은 1997년 한보사태 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받은 징역 15년형이다.

정소람/배석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