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인상 '러시'] 실수요자 부담 커져…살아나던 시장에 '악재'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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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高분양가잇단 분양가 인상이 어렵게 되살아난 국내 부동산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과열 양상을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둔 공급 과잉 여파로 장기 침체를 겪었던 부작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 미분양으로 이어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2010년 3.3㎡당 최고 1400만원대까지 올랐던 분양가격이 공급 과잉과 미분양 양산으로 1100만원대로 떨어진 뒤 올 들어 1200만원대로 높아졌다. 일산신도시도 2010년께 1700만원을 찍고 내려와 지난해 이후 1300만원대에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위례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 분양시장은 여전히 관심이 낮다”며 “무리한 분양가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실수요자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 마케팅 업체 반더펠트의 호한철 사장은 “주택 구매를 꺼리던 수요자들이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최근 주택 구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분양가 인상은 간신히 회복한 주택 매수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분양가 상승은 또 분양가 상한제 폐지(탄력 적용) 등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규제 완화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최근 7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건설사들이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하는 등 분양가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며 폐지를 건의해왔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시장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분양가를 잇따라 인상하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에 대한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욕구와 건설사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라는 관점에서 분양가격이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