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서비스업 규제] 변호사는 회계사·변리사와 동업도 못해…법무서비스 규제만 풀어도 8조 경제효과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규제에 성장 가로막힌 '사업 서비스업'
세계 4대 회계·컨설팅 회사인 영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기업들에 회계 서비스뿐 아니라 법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PWC와 같은 종합 회계·법무 서비스 기업이 나올 수 없다. 회계법인이 법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법무법인이 회계 서비스를 취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 법률 때문이다.

법무·회계 등 이른바 ‘사업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진입 규제가 관련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보고서를 통해 법무·회계 등의 사업 서비스 분야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46개 과제를 제시했다.

사업 서비스업은 제조·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업종을 말한다. 법무, 회계, 엔지니어링 등 주로 전문 자격증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한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업 서비스업 규모는 경제 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낮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사업 서비스업 비중(2010년 기준)은 미국 13.9%, 독일 12.2%, 프랑스 14.2%, 네덜란드 13.4%였지만 한국은 5.9%에 그쳤다.국가 전체 고용에서 사업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9.3%로 미국(13.3%), 독일(14.3%), 프랑스(14.8%) 등에 못 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성락 동양공업전문대 교수는 “사업 서비스업 분야의 과도한 자격 규제와 진입 규제 탓에 경쟁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법무 서비스다. 현행 법률은 변호사 등의 법무 서비스와 관련해 법무조합 설립과 운영은 물론 광고 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는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과 합작이나 동업을 할 수 없다. 또 법무조합을 설립할 때는 3명 이상의 변호사를 반드시 둬야 하고, 그 가운데 1명은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한다.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도 비슷하다. 회계법인은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설립할 수 있다.보고서는 또 건설기술자의 등급을 매길 때 경력(40점)과 자격증(40점) 외에 학력(20점)을 반영하는 현행 법률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법무 서비스 규제 완화만 이뤄져도 2020년까지 5조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조2136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