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도 팔 수 있다"…신약 개발에 '올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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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옛 동아제약이 인적분할 해 재상장한 동아에스티의 보유지분을 매입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장내에서 팔았다. 이번 매각으로 한미약품이 손에 쥔 자금은 약 100억원, 투자수익률은 40% 정도다.
한미약품은 향후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도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동아제약의 지분을 추가 매수할 때마다 이슈로 떠올랐던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한미약품은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의 보유지분 매각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올해 분기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쏟아붓고 있는 당뇨 신약 등 연구개발(R&D)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지분 8.71%에서 6.65%로 줄여
29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10월 들어서 장내에서만 동아에스티의 지분을 2% 이상 줄여놨다.이는 2007년 1월, 한미약품이 5% 이상 이 회사 지분을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지 7년 9개월 만에 첫 매도다. 한미약품은 2012년 '어닝 쇼크' 시기에도 당시 동아제약 지분은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한미약품의 옛 동아제약 지분투자는 성공적이다. 그간 동아제약은 인적분할을 실시해 동아에스티를 재상장시켰고, 동아쏘시오로 지주사 전환까지 마무리 해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 양쪽 지분을 동시에 8%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되서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기존 기업이 신규 회사 100% 소유)과 다르게 기존의 주주를 그대로 둔 채 기업을 나눈다.한미약품이 이번에 매각한 동아에스티 투자수익률은 약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7년 만에 동아에스티 지분 판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한미약품이 7년여 만에 동아에스티 지분을 왜 팔았을까. 올해 그 어느 해보다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신약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한미약품은 현재 미국에서 후기 임상2상 중인 당뇨병치료제(LAPS-Exendin4)의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게다가 인슐린, 인성장 호르몬 등 다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특히 당뇨병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만 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 등 8개국 90여개 기관에서 이 치료제를 12주간 주 1회 투약해 약물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약품은 또 "동시에 비만환자 270명을 대상으로는 미국과 독일 등 5개국 40여개 기관에서 20주간 약물을 주 1회 또는 2주 1회 투약해 비만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신약은 국내 임상1상과 미국·유럽 임상2상을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었다.
◆ 상반기 투자만 작년보다 6배…현금흐름 4년만에 '마이너스' 등장
한미약품의 동아에스티 지분 매각 이유가 R&D 자금 충당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R&D 투자비용은 사상 최대 규모다. 분기마다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R&D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상반기에만 투자활동에 쓴 현금이 738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기록한 매출액은 약 3704억원이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의 경우 124억원(현금흐름표 기준). 투자활동 현금은 R&D 등을 포함한 전체 투자활동 중 현금 부문만 표시한 금액이다.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73억원 가량으로, 반기 기준이기는 하지만 201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구경하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이다. 실제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도 팔 수 있다"…애널 평가 '자체 자금확보가 아니라서…'
올해 재무제표상 한미약품의 내부 살림은 빠듯하다.
영업활동에 따른 유입 현금이 없기 때문인데 당장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오는 국민은행 대상 발행 100억원짜리 회사채도 막아야 한다.
한미약품은 그러나 "만기 회사채 등을 막기 위해 동아에스티 지분을 매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대규모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가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등 R&D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신약 임상 결과가 긍정적이라서 사실상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또 동아에스티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을 더 매입할 것이란 시장의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한미약품은 "애초부터 동아 측 지분을 매입한 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다"면서 "지분 매입 당시 동아제약이 국내 제약업계 중 R&D 부문에서 한 발 앞서있었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를 해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현재 진행중인 자체 신약 R&D 성과가 더 좋아서 기존 R&D 성과 기대 투자금을 회수, 재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아울러 "적대적 M&A 이슈는 시장에서 나돌던 루머일뿐 물리적으로도 가능성이 낮았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도 한미약품의 보유지분이 추가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김태희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추가적인 지분 매각을 가정한다면 동아에스티는 6.65%에 해당하는 물량부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이 낮긴 했지만 배제할 수 없었던 적대적 M&A 이슈도 무산됐다는 점이 또 다른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는 다만 "앞으로 한미약품은 동아에스티 지분 만으로 540억원에 가까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금흐름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확보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한미약품은 향후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도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동아제약의 지분을 추가 매수할 때마다 이슈로 떠올랐던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한미약품은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의 보유지분 매각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올해 분기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쏟아붓고 있는 당뇨 신약 등 연구개발(R&D)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지분 8.71%에서 6.65%로 줄여
29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10월 들어서 장내에서만 동아에스티의 지분을 2% 이상 줄여놨다.이는 2007년 1월, 한미약품이 5% 이상 이 회사 지분을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지 7년 9개월 만에 첫 매도다. 한미약품은 2012년 '어닝 쇼크' 시기에도 당시 동아제약 지분은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한미약품의 옛 동아제약 지분투자는 성공적이다. 그간 동아제약은 인적분할을 실시해 동아에스티를 재상장시켰고, 동아쏘시오로 지주사 전환까지 마무리 해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 양쪽 지분을 동시에 8%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되서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기존 기업이 신규 회사 100% 소유)과 다르게 기존의 주주를 그대로 둔 채 기업을 나눈다.한미약품이 이번에 매각한 동아에스티 투자수익률은 약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7년 만에 동아에스티 지분 판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한미약품이 7년여 만에 동아에스티 지분을 왜 팔았을까. 올해 그 어느 해보다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신약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한미약품은 현재 미국에서 후기 임상2상 중인 당뇨병치료제(LAPS-Exendin4)의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게다가 인슐린, 인성장 호르몬 등 다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특히 당뇨병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만 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 등 8개국 90여개 기관에서 이 치료제를 12주간 주 1회 투약해 약물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약품은 또 "동시에 비만환자 270명을 대상으로는 미국과 독일 등 5개국 40여개 기관에서 20주간 약물을 주 1회 또는 2주 1회 투약해 비만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신약은 국내 임상1상과 미국·유럽 임상2상을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었다.
◆ 상반기 투자만 작년보다 6배…현금흐름 4년만에 '마이너스' 등장
한미약품의 동아에스티 지분 매각 이유가 R&D 자금 충당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R&D 투자비용은 사상 최대 규모다. 분기마다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R&D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상반기에만 투자활동에 쓴 현금이 738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기록한 매출액은 약 3704억원이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의 경우 124억원(현금흐름표 기준). 투자활동 현금은 R&D 등을 포함한 전체 투자활동 중 현금 부문만 표시한 금액이다.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73억원 가량으로, 반기 기준이기는 하지만 201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구경하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이다. 실제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도 팔 수 있다"…애널 평가 '자체 자금확보가 아니라서…'
올해 재무제표상 한미약품의 내부 살림은 빠듯하다.
영업활동에 따른 유입 현금이 없기 때문인데 당장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오는 국민은행 대상 발행 100억원짜리 회사채도 막아야 한다.
한미약품은 그러나 "만기 회사채 등을 막기 위해 동아에스티 지분을 매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대규모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가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등 R&D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신약 임상 결과가 긍정적이라서 사실상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또 동아에스티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을 더 매입할 것이란 시장의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한미약품은 "애초부터 동아 측 지분을 매입한 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다"면서 "지분 매입 당시 동아제약이 국내 제약업계 중 R&D 부문에서 한 발 앞서있었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를 해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현재 진행중인 자체 신약 R&D 성과가 더 좋아서 기존 R&D 성과 기대 투자금을 회수, 재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아울러 "적대적 M&A 이슈는 시장에서 나돌던 루머일뿐 물리적으로도 가능성이 낮았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도 한미약품의 보유지분이 추가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김태희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추가적인 지분 매각을 가정한다면 동아에스티는 6.65%에 해당하는 물량부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이 낮긴 했지만 배제할 수 없었던 적대적 M&A 이슈도 무산됐다는 점이 또 다른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는 다만 "앞으로 한미약품은 동아에스티 지분 만으로 540억원에 가까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금흐름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확보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