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지켜라"…이웃 의원들 '혈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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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선거구 조정' 태풍
인구수 하한기준 미달 25곳 중 21곳 통폐합 불가피
공주 박수현, 부여·청양 이완구에 "큰일 하실 분이…"
부산서 김무성·유기준·정의화 '거물 3인' 생존경쟁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6개 선거구 가운데 인구수 하한 기준(13만8984명)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구는 총 25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 성동을, 대구 동갑, 전남 여수갑 등 3곳은 각 시·군·구의 전체 인구를 감안할 때 갑·을 선거구 간 경계 조정으로 하한선을 넘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도 지난 9월 말 현재 인구가 13만8136명으로 미달 인구수가 단 800여명에 불과해 최근 인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나머지 21곳은 해당 지역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인근 선거구와의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충남 부여·청양(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과 공주(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가 대표적이다.
이들 두 지역은 공교롭게도 서로 인접한 데다 인구수를 합치면 21만여명으로 상·하한선(상한 인구 27만7966명)을 모두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자 지명도에서 크게 불리한 박 대변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 대변인은 헌재 결정 이후 이 원내대표를 찾아가 “큰일 하실 분이 고작 지역에 남으셔서 되겠느냐”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웃으며 “박 의원 하는 것 봐서…”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기준 전 최고위원이 각각 자리잡은 부산 영도구(13만3053명)와 서구(11만7763명)는 인근 중·동구(14만1714명)와 통합돼 의석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이곳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여서 당내 세 거물끼리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강원 전북 경북에서도 인접한 ‘미달 지역구’끼리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즉 경계를 맞대고 있는 강원 홍천·횡성(황영철·새누리당)과 철원·화천·양구·인제(한기호·새누리당)는 통합 인구가 24만여명으로 하나의 선거구 기준에 딱 맞춰진다.
또 △전북 고창·부안(김춘진·새정치연합)과 정읍(유성엽·새정치연합) △무주·진안·장수·임실(박민수·새정치연합)과 남원·순창(강동원·새정치연합) △경북 영천(정희수·새누리당)과 군위·의성·청송(김재원·새누리당) △영주(장윤석·새누리당)와 문경·예천(이한성·새누리당) △상주(김종태·새누리당)와 김천(이철우·새누리당) 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미달 지역구는 ‘옆집’에서 인구를 ‘부조’받는 방식으로 기준을 꿰맞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종의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의원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달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박덕흠·새누리당)은 인접한 증평·진천·괴산·음성(경대수·새누리당)과 맞닿은 괴산만 가져오면 두 곳 모두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해진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