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社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5년간 명의이전 책임지게 하고
임원 책임보험·보증인 등 의무화
외부회계감사 지정制로 바꿔야"

김지홍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가 527조원에 이르러 국민 1인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또 복지정책의 확대로 세수부족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세무조사 강화와 경기불황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동안에도 한쪽에서는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기 위해 엄청나게 쏟아 부은 돈이다.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부실 금융회사 정리 과정에서 이미 110조원을 넘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바 있으며, 2003년부터 4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투입한 자금이 31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 국가채무의 27%에 상당하는 돈이 부실 금융회사로 인해 허비된 것이다.

부실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되면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자 1인당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해주는 한편 부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를 살펴보면 2011년 이후 지금까지 30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고, 이로 인해 27조1000억원의 자금이 긴급 투입됐는데, 이 중 회수된 금액은 3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회수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해당 부실 금융회사 경영자들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한 손실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예보는 비리 경영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추가로 재산을 환수하고 있는데 이 또한 1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총회수액의 0.3%가 채 안 되는 미미한 규모다.이처럼 부실책임 경영자들로부터 환수하는 금액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이들 경영자가 재산의 대부분을 명의이전을 통해 제3자에게 빼돌렸기 때문이다. 예보가 기금 환수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봐야 별 소용이 없는 것은 형식상 부실책임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대의 금융비리 사건이었던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자기대출과 부당대출, 횡령 및 배임 등으로 무려 9조원대의 금융비리를 저질렀는데, 검찰과 예보가 대대적인 수사 끝에 확보한 재산은 1조395억원에 그쳤다. 이와 같이 금융비리를 저지른 경영자들의 대부분이 본인 명의의 재산은 거의 없고 가족이나 친인척 및 제3자 명의로 이전해 놓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거의 하지 않고 3~5년 정도 수감생활 후에 은닉한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첫째, 부실책임이 있는 금융회사의 대주주나 임원의 경우에는 선임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친인척에게 명의이전한 재산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둘째, 이들에 대한 재산추적을 강화하기 위해 과세당국 및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선임시점을 기준으로 본인명의의 재산이 일정액 미만인 대주주나 임원에게는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책임보험상품이 마땅치 않다면 보증인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금융회사의 비리를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는 외부회계감사를 지정제도로 바꾸고 분기보고서도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강화된 기준과 엄중한 처벌만이 금융회사 경영자의 불법행위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의 소중한 혈세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김지홍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jeehong@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