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 대형…전셋값 역전 속출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대형 아파트 전셋값이 중형 아파트 전세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게 형성되는 이른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전세 수요는 넘치는 반면 대형 수요는 적어 주택형별 전세가격 차이가 좁혀진 결과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공급면적 132~165㎡ 미만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1억8449만원이다. 165~198㎡의 전셋값(1억6321만원)에 비해 2000여만원 높다. 198㎡ 초과 대형의 평균 전셋값(1억4887만원)은 99~132㎡ 중형 평균 전셋값(1억5085만원)보다도 낮다. 경기 김포시에서도 132~165㎡ 미만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9620만원으로 198㎡ 초과(1억9655만원) 전셋값과 거의 비슷하다.

서울 강북권에서도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를 보면 165~198㎡ 평균 전셋값은 3억8759만원인 데 반해 198㎡ 초과는 2억7753만원이다. 큰 아파트 전셋값이 1억1000만원가량 낮은 것이다. 서울 중계동 A공인 관계자는 “공릉효성 109㎡ 전셋값이 2억5000만~2억6000만원 정도인데 155㎡도 2억5000만원부터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랑구는 165~198㎡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이 2억9366만원으로 132~165㎡ 미만 전세 평균(3억812만원)보다 낮다.

전셋값 역전현상이 발생하면서 전셋집 크기를 당초 계획보다 넓혀 이사가는 ‘상향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 금촌동 S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는 수요가 많다 보니 물건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며 “대형과의 가격 차이도 적어 소형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크기를 늘려 중·대형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중개업소가 전세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 주택형을 넓혀 가길 권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