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호반건설, 금호산업 지분 5% 취득…왜?

아시아나항공·금호고속에 관심…호반 측 "단순 투자목적"
▶마켓인사이트 11월12일 오전 8시37분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건설업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 5%를 장내에서 전격 매입했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금호산업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금호산업은 내년 초 매각이 예정돼 있다.호반건설은 12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5.16%)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1만1926원으로 총 204억원 규모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취득한 이유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대표적 호남기업인 금호건설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채권단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이후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57.5%의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 등 인수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필요한 실탄은 최소 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백기사보다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장내에서 5%의 지분을 산 것이 박삼구 회장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동종업계에 있는 호반건설이 백기사 역할을 한 뒤 얻을 수 있는 사업적인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호반건설은 지난 7월 금호고속 매각 주관사로부터 기업소개서(티저레터)를 받아가기도 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통해 금호고속을 가져올 기회도 잡게 된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의무 공시대상인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것은 금호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려 인수전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을 100% 인수해 합병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 장내에서 매수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15위인 호반건설은 작년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냈다. 2010년부터 무차입경영을 해오고 있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현금자산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금호산업 주가는 전일 대비 4.14% 상승한 1만5100원으로 마감했다.

하수정/이미아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