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넘보는 'F1 名家' 맥라렌

0.0001초까지 분석 노하우로
의약·항공 분야까지 발 넓혀
빅데이터업계 거물로 급부상
1963년 창단한 영국 자동차 레이싱그룹 맥라렌은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명문팀이다. 통산 175회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고, 1992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어냈다.

맥라렌의 엔지니어들은 경기 전날까지 수차례 부품 점검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전략을 설계한다. 경기 당일에는 0.0001초라도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120개가 넘는 센서를 차량과 레이서 몸에 부착해 압력, 온도, 힘, 회전각도, 공기 저항 등을 단 몇 초 안에 원격으로 분석해낸다.50년 넘게 ‘최첨단 속도전’을 벌이며 달려온 맥라렌이 최근 맥킨지컨설팅을 위협할 정도의 컨설팅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맥라렌이 기록 단축을 위해 쌓아온 빅데이터와 분석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맥라렌은 5년 전 엔지니어였던 제프 맥그래스를 비롯해 12명의 데이터 분석팀을 분사해 자회사 맥라렌어플라이드테크놀러지스(MAT)를 만들었다. 데이터 분석팀엔 의학, 물리학, 경영학, 회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포함됐다.

첫 프로젝트 고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영국 국가대표단이었다. 조정, 사이클링, 카누, 봅슬레이, 스켈레톤, 세일링 등 4개 하계 종목과 2개 동계 종목을 대상으로 전문 데이터 분석 및 성능 컨설팅을 도맡았다. 이 팀들은 이후 3개 올림픽에서 17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32개의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MAT의 빅데이터 분석과 성능 향상 기능이 검증되면서 이들의 활동 영역은 확장되고 있다. 직원 수가 500여명으로 늘어난 MAT는 현재 센서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기 어려운 유아의 건강을 분석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히드로공항 등 국제공항의 비행기 스케줄 관리 시스템 등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최대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의약품 개발과 GSK 자회사의 치약 등 생활용품 개발에 대해서도 컨설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확하고 빠른 맥라렌의 분석 능력은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맥킨지를 위협할 만큼 뛰어나다”며 “의학, 공학, 소비재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