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생 "한국 노래·말 재미있지만, 발음 어려워요"

전교생 124명이 한국어 배우는 美 위스퍼링 파인스 학교 가보니…

한국학생 한 명도 없어
스페인·한국어 제2외국어 수업…2016년 한 달간 한국방문 계획
뉴욕한국교육원(원장 박희동·앞줄 오른쪽 두 번째) 관계자들이 4일(현지시간) 전교생이 한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는 미국 뉴욕시 인근의 위스퍼링 파인스 학교를 방문, 지원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롱아일랜드 올드 웨스트베리시의 위스퍼링 파인스 스쿨. 유치원생부터 10학년(고등학교 1학년)까지 124명 전교생 전원이 교육부 산하 뉴욕한국교육원의 박희동 원장 일행이 강당으로 들어서자 박수와 함께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한국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이 학교는 2012년부터 한국어를 스페인어와 함께 제2외국어로 선택, 학생 전원이 1주일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중국어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를 정식 교과과정에 넣은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한류’의 힘이 컸다.

켐리 맥그레거 학교위원회 회장은 “2009년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6개월간 일하면서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며 “교육열이 높고 6·25전쟁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점도 참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어 교육과정은 미국서도 포화상태”라며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감안하면 지금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에도 큰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 앤 로런신 교장은 “제2외국어 교육은 학생들이 글로벌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면서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가 한국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대부분이 남미 등지에서 이주해온 이민자 출신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점도 한국어 교육이 안착한 배경이다.흥미로운 것은 이 학교에 한국 사람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한 명뿐이라는 것. 2년 전부터 자원봉사 형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다 정식 교사가 된 크리스 리(한국명 이용근·30)는 “학생들이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국의 음악과 음식 등 문화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어 수업에서는 2016년 예정된 한국 방문 행사를 앞두고 ‘한국에서 하고 싶은 10가지’를 제목으로 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 학교는 지역 사회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께 20명의 학생을 선발, 한 달간의 한국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6학년 여학생인 오브리얼 허드슨은 “평소 한국 노래를 무척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재밌다”면서 “다만 발음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재 뉴욕 일대 정규 학교 중 한국어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한 곳은 26곳으로 2012년 16곳에서 대폭 늘었다. 학생 수도 같은 기간 1870명에서 약 4000명으로 증가했다.박 원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특히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 학습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 내 한인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한국어 보급 사업도 미국 일반 학교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박 원장이 학교 측에 지원금을 전달하자 이를 바라보던 학생들은 일제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훌륭한 어른이 되겠습니다”라고 한국어로 화답한 뒤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