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정보보호 대책] 금융사 대출 권유 전화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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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1년…달라진 점지난해 초 KB국민·농협·롯데 등 카드 3사에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금융회사 이용자의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드번호, 유효기간, 결제계좌 등 신용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유출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신용카드 발급 때 주민번호 안 써도 돼
피싱·스미싱은 '여전'
사태 후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카드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해당 카드사들은 3개월 영업정지라는 제재도 받았다. 쏟아지는 비난에 정부도 작년 3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금융소비자에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대출 권유 전화가 ‘확’ 줄어든 점이다. 금융회사의 문자 마케팅은 아직 남아 있지만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는 예전에 비해 70~80%가량 줄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이 고객 유치 때 정당한 개인정보를 활용했는지에 대해 고객과 금융사가 확인하도록 한 조치 때문이다. 대출모집인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주민번호를 기입하지 않게 된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지난 1일부터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신청서를 통한 카드사의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됐다. KB국민·농협·롯데카드 이용자들은 공짜로 문자알림(SMS) 서비스도 받고 있다. 문자알림 서비스는 카드 사용 시 이를 고객 휴대폰 문자로 무료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작년 말 유료로 전환하기로 했다가 최근 2개월 더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로선 고객 정보 사용이 크게 제한됐다. 작년 11월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서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이 회사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 시행령으로 정한 한도 안에서 정보 공유가 일부 허용된다. 다만 정보는 한 달 안에 삭제하도록 했다.하지만 바뀌지 않은 점도 많다. 보험사와 카드사 등의 아웃바운드(직접 전화 마케팅) 영업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수차례 대책을 대놨지만 ‘피싱’과 ‘스미싱’ 등 각종 금융사기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포통장도 여전히 많이 발급된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개인정보 유출과 그에 따른 사기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