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꼬이는 韓美日 동맹, 외교까지 포퓰리즘에 휘둘려서야

정부의 외교 정책이 자꾸만 꼬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외교조차 포퓰리즘에 휘둘리며 중심을 잃은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한국 외교의 기본 축은 한·미·일 동맹이다. 이는 동북아의 역사나 현재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에 비춰볼 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본 축이 흔들리고 있다.

대북관계부터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남북 간에는 모처럼 대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소니픽처스 해킹을 계기로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이 엇박자를 낸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대북 제재를 준비해 왔고 최근 남북 간 ‘해빙’ 무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도 미국과 별다른 조율 없이 남북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깝다. 한·중 FTA 체결은 그 상징적 결과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해 온 미국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의 TPP 조기합류를 사실상 거절한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고 봐야 한다. 한·일 관계는 전혀 개선 조짐이 없지만 미·일 간에는 밀월을 지속 중인 것도 부담이다.

물론 중요한 외교적 결정을 하는 데 꼭 미국과 사전 조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일련의 대외정책이 한·미·일 공조는 고사하고 원칙 없는 포퓰리즘에 좌우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다. 오랜 동맹인 미·일보다는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 치중하는 게 그렇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외교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동북아에서 한국만 고립무원이 될지도 모른다. 최근 국제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위상이 다시 급부상하고 중국의 성장세는 크게 꺾이는 양상이다. 자주 외교도 좋지만 좀 더 세련된 외교가 필요하다. 괜히 스스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