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불감증' 현대重 임단협 부결

조합원 66% 합의안 반대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약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으로선 노사문제에 발목이 잡혀 빠른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일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66.47%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 1만6762명 가운데 1만5632명이 투표(투표율 93.26%)했고 반대가 1만390명(66.47%)으로 집계됐다.노조는 합의안 부결의 원인으로 일부 현장조직이 조직적인 부결 운동을 벌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나타나는 등 회사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노조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와 다시 협상에 나서더라도 더는 양보할 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새해 벽두부터 노사 간 극한 갈등이 우려된다. 회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