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주 "방송사·엔터업체 첫 합병 주도…'한국판 디즈니' 모델 만들겠다"

2015 문화계 히든스타 - 콘텐츠산업 M&A 전문가 전용주 IHQ 대표

종합엔터 IHQ, CU미디어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
시총 4천억 대형회사 탄생…내달 절차 마무리 될 듯
문화경영 엔터테인먼트 미술 음악 발레 연극 뮤지컬 등 문화예술 각 분야에는 숨은 실력자들이 많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다소 낮지만 자기 영역에서 위대한 업적을 올렸거나 국내보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히든 스타’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2015 을미년을 맞아 문화계 히든 스타를 연재한다.

전용주 IHQ 대표가 CU미디어 합병 이후 기업 운영방향을 설명하며 웃고 있다.
“방송사와 스튜디오(제작사)를 인수합병(M&A)을 통해 합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엔터테인먼트회사 IHQ는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유통기능을 갖춘 CU미디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력을 요구했기 때문에 양사가 결합하게 됐습니다. 방송 채널은 광고와 수신료로 돈을 버는 데다 마케팅 사업까지 벌일 수 있어 기획사가 제작한 한류 콘텐츠 등의 부가가치를 높여줍니다.”

전용주 IHQ 대표는 8일 방송채널사업자인 CU미디어와 주식교환방식으로 합병하기로 계약하고 다음달까지 절차를 마무리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IHQ는 배우 김우빈, 장혁, 김유정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사업과 ‘피노키오’ ‘뿌리깊은 나무’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 사업을 하면서 비스트 등이 속한 K팝 음악사 큐브를 자회사로 거느린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다.

CU미디어는 드라맥스, 코미디TV, 와이스타 등 오락 분야 6개 케이블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중소방송사로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C&M)이 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의 대형 회사가 탄생한다. 합병 회사의 최대주주는 씨앤앰이 되고, IHQ의 최대주주인 정훈탁 의장은 2대주주로 남게 됐다. 전문경영인으로 출발해 이번 빅딜을 성사시킨 전 대표는 합병 회사의 소액주주가 된다.“월트디즈니컴퍼니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월트디즈니는 ‘겨울왕국’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선보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1980~1990년대 미국 미디어는 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들과 M&A를 활발히 전개해 미국 문화와 상품을 수출하고 전 세계 비즈니스를 장악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피노키오’를 중국 수출 사상 최고액인 편당 28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받아 화제가 됐다. 최근엔 웹 시리즈 ‘연애세포’로 흑자를 거둬 또 한 번 주목받았고, 방송사와 제작사를 합병해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문화경영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처럼 콘텐츠를 단편 판매(단매)하는 데 그친다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월트디즈니처럼 상대국과 전략적 관계를 요구하며 패키지(묶음 상품)로 수출해야 합니다. 월트디즈니처럼 수직계열화를 이룬 상태에서 수출했더라면 ‘별에서 온 그대’를 만든 제작사는 지금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계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그는 우선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중국에선 중산층이 급속히 늘어 문화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시장처럼 느껴졌어요. 중국인들이 우리 회사와 소속 배우, 한국 드라마들을 훤히 알더군요. 사업 제안도 많았고요. 지금은 한국 콘텐츠로 중국인이 돈을 벌고 있지만, 협상력을 강화해 우리도 돈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우선 올해에는 웹 시리즈 10편을 만들어 국내외 다양한 채널에 펼쳐놓을 겁니다.”

공인회계사인 전 대표는 15년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업체의 경영자로 일하며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M&A를 성사시켰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회계사로 일하던 그는 2000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상무로 엔터업계에 발을 디딘 후 2004년 플레너스에서 분할된 IHQ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회사를 상장시켰다. 2007년 IHQ 부사장으로 경영권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했고 다시 IHQ가 2개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던 YTN미디어를 인수하도록 이끌며 YTN미디어 대표가 됐다.전 대표는 2년 뒤 YTN미디어를 드라맥스 1개 채널만 보유한 씨앤앰에 매각하는 작업을 지휘한 뒤 대표로 스카우트돼 CU미디어로 사명을 바꿨다. 그는 CU미디어 대표 시절 3개 채널을 신설해 총 6개 채널을 운영, 4년간 매년 150억~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