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전력계통 한눈에 보는 EMS 국산화

과학기술 프런티어
전력계통운영시스템 국산화한 이정호 전기연구원 센터장

세계 다섯 번째로 개발 성공…센서로 배전소 데이터 취합
전력 생산 최적화 기여…EMS 수출 길도 열어
전력거래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나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공급능력 9069만㎾에 현재부하 6713만㎾, 공급예비력 2356만㎾, 운영예비력 1700만㎾ 등이다. 이 숫자는 5분 단위로 업데이트된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전력거래소 전력중앙관제센터에선 발전소 변전소 송전선별로 실시간 현황을 더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각 센서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하는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덕분이다.지난해 11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EMS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 스마트전력망연구센터장(사진)은 “전력계통망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EMS 국산화 사업은 한국전기연구원 LS산전 한전KDN 바이텍정보통신 등이 참여해 2005년 시작됐다. 개발에는 375억원이 들었다.
○발전부터 배전까지 한눈에

전력계통망은 사람 몸의 핏줄과 비슷하다. 강원이나 영남 등지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각지로 보낸다. 전력계통망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서울이 어둠 속에 묻히거나 수백개의 공장이 멈춰설 수 있다. 2003년 미국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정전도 E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났다.이 센터장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어디서 차가 막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며 “EMS가 하는 역할도 전 국토를 아우르는 전력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전선은 사람이 없는 깊은 산 속을 지난다. EMS가 없으면 고장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전력 생산 최적화에 필수

EMS는 전기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는 “전기는 한 번 생산하면 저장이 안 되는 게 특징”이라며 “아침저녁마다 바뀌는 수요에 맞게 전기 생산량을 결정하기 위해 EM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원자력은 수요에 상관없이 365일 24시간 가동된다.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간단히 발전소를 멈추고 재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가장 싸다. 이를 넘어서는 수요에 대해서는 석유나 가스를 태워 전기를 공급한다. 무더운 여름날처럼 전기가 모자랄 땐 수력과 풍력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발전기를 다 활용한다.

이 센터장은 “천연가스 발전이나 풍력 태양열 등은 비싸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클 때만 가동하는 것이 좋다”며 “최적화된 발전을 통해 한 해 수천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EMS 수출 추진이전에도 EMS를 안 쓴 것은 아니었다. 1979년부터 약 10년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해외 EMS를 도입해서 썼다. 가장 최근은 2001년 미국 알톰스사에서 구입한 EMS였다. 그는 “한국의 발전용량은 올해 1억㎾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대규모 전력계통망은 EMS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해외 EMS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인식에 국산화 사업을 추진했다.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그리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산화가 필요했다.

연구원들은 전력거래소가 옮겨간 나주에서 장비와 프로그램을 시험하면서 여러 밤을 새웠다. 그는 “EMS를 전력망에 연결해 가동할 때 가슴을 졸였다”고 회상했다.해외 수출길도 열렸다. 자체 EMS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과 한국뿐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러시아 등에 EMS를 수출할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