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황영기가 겨눈 첫 타깃은

여의도 25시

금융규제 완화 우선 추진
당국과 적극소통 나설 듯
다음달 4일 공식 취임하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63·사진)은 요즘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 내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협회 부서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서다. 워낙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보니 보고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라는 전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황 신임 회장은 취임 직후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검투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선거 과정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와 파생상품 투자자격 완화, 증권사 콜차입 허용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공약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규제 완화와 세제지원 강화였다.황 신임 회장은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조기 도입을 유도하는 한편 비과세 범위 확대를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투자액 대비 0.3%인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고 은행권(0.08%)보다 높은 증권사 예금보험료율(0.105%)을 인하해야 한다는 점을 당국을 상대로 설득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전면 차단되는 증권사 콜차입과 관련,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제안을 하기로 했다.

황 신임 회장이 규제 선진화 대책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자본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판단에서다. ‘힘 있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호소해 당선된 그는 “공약 사항을 철저하게 실천하면서 이행 상황을 회원사들에 실시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규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와 당국 간 의견 차가 적지 않은 게 문제다. 황 신임 회장이 공약으로 내건 증권·공모펀드 거래세 인하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정당국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생상품 관련 제도는 투자 과열 우려와 소비자 보호 방침 속에 도리어 강화되는 추세다.금융투자협회가 규제 완화를 논의하자며 작년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당국 관계자가 “단기간에 많은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목마르다는 반응이다. 자본시장 침체가 정말 규제 때문인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던 것은 업계와 당국 간 온도 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