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식 재정복지이사 "취약계층 돕는 연금, 수익률 높여야죠"

30년 금융맨서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살림꾼'으로

5000억원 적립금 운용
공공기관에 경쟁DNA 이식…中企근로자 노후 책임질 것
“재작년 고교(서울고 25회) 동기생과 졸업 40주년 행사를 열었어요. 가수도 부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였는데, 행사가 끝날 무렵 스크린에 동기생 50명의 이름이 쭉 나오더군요. 먼저 세상을 뜬 친구들이었어요. 머리를 무언가에 한 대 맞은 느낌이었죠.”

30년 넘게 은행 증권사 사모펀드시장을 주름잡던 금융맨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공무원’으로 변신한 이유는 단순했다. 부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60년을 달려왔지만, 항상 가슴 한편이 휑한 느낌이었다. 새 삶의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어느새 머리에 하얀 눈을 덮은 고교 동기와 오랜만에 가진 자리에서 듣게 된 이미 세상을 뜬 친구들의 소식이었다.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 재정복지이사로 취임한 조장식 전 골든뷰 대표(61·사진) 이야기다.“의미있는 삶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작년 10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관리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민간에서의 경험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도 있었고요. ‘취직’이 확정되면서 당시 진행 중이던 수백억원대의 사모펀드 프로젝트에서도 손을 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 12월 4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2년부터는 30인 이하 사업장 취약계층 근로자의 퇴직연금 사업을 맡고 있다. 작년 말 기준 3만4000여개 사업장이 가입해 50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조 이사에게 떨어진 과제는 퇴직연금의 안정적 운용과 수익성 제고다. 기획재정부가 요구하는 수익률은 연 3.5%. 조 이사는 이를 위해 민간의 경쟁 DNA를 이식하기로 했다. “이미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금융전문가 영입과 함께 내부에서도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퇴직연금에 기업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수익률이거든요. 민간회사만큼 수익률이 보장되면 유치 실적은 자동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조 이사는 1981년 삼성물산을 거쳐 이듬해 외환은행에서 기획, 무역금융 등을 담당했고 1988년 동서증권에서 국제업무를 맡았다. 1999년부터는 한빛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상무로 채권, 부동산펀드, 장외파생상품 등을 기획하며 30여차례 기업공개(IPO)를 주도했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인 140만여 사업장 중 85%가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입니다.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라도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지켜보세요.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규모를 수년 내 국민연금에 버금갈 정도로 키울 겁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