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똑똑해지는 기계, 인간처럼 의식도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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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은? 과학 기술‘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정보 기술은 사생활에 위협이 될까.’ ‘인간의 세포 복제는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토머스 A 이스턴 엮음 / 박중서 옮김 / 양철북 / 824쪽 / 3만원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도 낳았다. 어느 하나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다.당신의 선택은? 과학기술은 과학기술 부문에서 이처럼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20가지 주제를 다룬다. 과학과 연구의 본질, 과학과 사회의 관계, 기술의 이용, 기술 진보의 잠재적 위협 등 각 분야 최신 이슈들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책은 장마다 해당 이슈의 상반된 견해를 요약해 소개하는 ‘들어가며’와 찬반으로 나뉜 전문가들의 견해, 추가로 생각할 만한 문제와 참고할 읽을거리를 덧붙이는 ‘정리하며’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란 질문에 크리스토프 코흐와 줄리오 토노니는 “의식은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인공적으로 창조 가능하다”며 “다만 이런 의식을 실험하기 위해 고전적인 튜링 실험(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제시한 기계 지능 검사)과 다른 무엇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존 호건은 “의식이 정말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따라서 우리가 인공적으로 의식을 창조하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세포 복제는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도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주제다. 호주 멜버른의 왕립 아동병원 윤리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줄리언 사불레스쿠는 “이식용 조직의 원료로써 배아를 만들기 위한 인간 복제는 용인할 수 있으며 도덕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물리학자 데이비드 밴 젠드는 “배아 줄기세포 복제는 윤리적으로도 옹호할 수 없으며, 성체 줄기세포 분야에서 일어난 최근의 발전 덕분에라도 불필요하다”고 반박한다.‘인터넷은 중립적이어야 하는가’는 한국에서도 이슈가 됐던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이다. 망중립성이란 통신망을 전력이나 철도처럼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2008년 4월 미국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터넷의 미래에 관한 청문회’에서 나온 두 사람의 발표를 찬반의견으로 제시한다. 법학 교수인 로런스 레시그는 “인터넷 성장과 경제적 활력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망중립성’ 법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카일 맥슬래로 국립 케이블 텔레커뮤니케이션협회 대표는 “망중립성의 의무화는 통신망 제공자들의 인터넷 접속능력 향상을 간섭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과 이득을 훼손할 것”이라고 맞선다.
책은 그 밖에도 ‘정부 의사 결정에서 과학보다 정치를 우선으로 해야 하는가’ ‘원자력을 부활시켜야 할 때인가’ ‘수소는 자동차용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인가’ ‘DDT는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돼야 하는가’ ‘유전자 조작 식품은 먹어도 안전한가’ 등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유전·전기·기계적으로 인간을 향상시키는 초인간이란 목표를 거부해야 하는가’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험에 대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도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오랜 시간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을 정하라(Taking Sides)’ 시리즈 중 과학기술 편이다. 시리즈는 1~3년마다 이슈를 바꾸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2010년 출간된 아홉 번째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기업윤리, 글로벌 이슈를 다룬 책도 함께 출간됐다. 기업윤리 편에선 자본주의와 기업, 정부와 기업, 종업원, 소비자 등에 대한 논쟁을 펼친다. 글로벌 이슈 편은 인구, 자원, 안보 문제 등을 다룬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