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독일서 상영…파독 광부·간호사 눈물·웃음

1300만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특별한 관객들을 맞았다.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 '덕수'와 '영자'가 그린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현지 교포 등 한국 관계자 50명은 8일 저녁(현지시간) 베를린 시내 '초 팔라스트' 극장에서 독일 관객 200여 명과 함께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그린 영화를 관람했다.이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내내 울고 웃으며 젊은 시절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현대사의 궤적을 따라 그려낸 영화에 몰입했다.

감독 윤제균은 무대 인사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고생과 수고에 대한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하고, 영화에 담긴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의 본고장인 "독일의 베를린에서 국제시장이 상영돼 너무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이 영화가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과 배우 김윤진(영자 역)은 작품 해설과 영화제 참여 소감을 소상하게 밝혔다.윤 감독은 먼저 연출 계기를 질문받자 대학 재학 시절 일찍 부친을 여읜 사실을 소개하며 "평생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세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시작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김윤진도 "평생을 바쳐 일한 아버지 세대를 관통하는 영화이자, 한국 역사상 매우 중요한 시기를 다룬 영화"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윤 감독은 작품에 등장하는 나비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주인공 덕수 아버지의 영혼"이라고 말하고 한국전쟁 이후 이룬 한국의 경제발전과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견주고서 "이 모든 게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부모 세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그러나 "많은 젊은이가 이런 현실을 모르는데, 독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의 핵심 코드인 '가족'의 문제와 관련해선 전후 남한 내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이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사연을 전하며 "원래 프로그램이 3시간짜리로 기획됐으나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열망 때문에 6개월로 연장돼 역사상 가장 긴 생방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도 설명했다.

김윤진도 "나는 1983년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 당시 뉴욕에 살았는데 엄마, 아빠가 하루는 TV를 보시며 펑펑 울고 계셔서 왜 그러시냐고 여쭸더니 한국전쟁과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해주셨다"면서 "이런 역사적 사건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들의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이어 윤 감독은 "세계적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생애 처음으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영화제 주최 측에 사의를 표했고, 김윤진도 "영화제를 떠나 베를린 자체가 초행길"이라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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