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국 (2)결별 (3)불편한 동거…넥슨 - 엔씨 경영권 전쟁 종착역은

엔씨소프트, 넥슨 측 이사선임 요구 등 주주제안 사실상 거부

(1) 법정 이전투구
넥슨, 주주명부 열람 청구…엔씨 상대 손배소 가능

(2) 지분 팔고 결별
김정주, 엔씨 지분 매각할 수도…김택진 대표 매입자금 충분

(3) '불편한 동거' 지속
양측 뚜렷한 우위 확보 못해…내년까지 분쟁 이어질 수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1, 2위 게임회사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최대주주 넥슨의 경영참여 요구에 엔씨소프트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가진 넥슨은 10일까지 △넥슨 측 이사 선임 △주주 명부 열람 △전자투표제 도입 등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요구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완곡한 표현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관계자는 “답변서를 진지하게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결국 △법정으로 가서 이전투구를 벌이든 △서로 지분을 정리하고 결별하든, 아니면 △지금과 같은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든 세 가지 정도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양보 없이 벼랑 끝 전술로 나선다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꺼낼 것”이라며 “국내 경영권 분쟁 사례 중에서도 눈에 띌 만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주주총회는 다음달 27일 열린다.(1) 법정에서 이전투구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경영참여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 넥슨은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상법에 보장된 정당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다. 상법은 주주가 제안한 내용이 법령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주주총회 안건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회사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넥슨은 의안상정 가처분이나 주주명부 열람 청구 등을 신청해 강제로 넥슨의 주주 제안을 주총에서 다루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넥슨의 지분이 15.08%에 불과해 완벽하게 지분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외한 엔씨소프트 측 이사의 임기 만료가 올해는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김용호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법적 절차를 밟아 넥슨 측 제안을 주총에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새로 이사를 선임하려면 정관을 바꿔 이사 자리를 늘리거나, 기존 이사를 중도 사퇴시켜야 한다”며 “이는 주총 특별결의 사안이라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넥슨이 우호 지분을 더 늘리지 않으면 뜻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는 넥슨과의 법정 소송에 대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분 팔고 ‘결별’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넥슨이 지분을 팔고 엔씨소프트를 떠날 가능성도 높다. 우호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 힘들고, 법정 다툼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넥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라며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에 든 8045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쟁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김정주 창업자 등 넥슨 최고경영진이 진정성을 갖고 지분 매각을 제의해 올 경우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김택진 대표는 2012년 6월 넥슨에 지분을 매각하고 8045억원을 받았다. 이 중 세금으로 낸 1800억원을 제외한 약 6300억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 상법상 지분 매입은 엔씨소프트의 회사 돈이 아닌 김 대표 개인 돈으로 이뤄져야 한다.

(3) ‘불편한 동거’ 지속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대치 상태가 이대로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분을 매각해 결별하거나 타협을 하지 않는 한 양측 다 경영권 분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소프트 이사회 7명 중 5명의 임기가 내년에 만료돼 넥슨 입장에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넥슨이 내년 주총까지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 개발이 미뤄지고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는 등 양측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