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소녀, 인화와 반바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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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생명 구하는 '병원 기부'인화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홀어머니가 몸이 많이 아픈 탓에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할머니 손에 큰 인화는 학교에서 누구보다 밝고 공부도 잘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인화가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심하게 아프다고 해 근처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더니 골육종이라는 뼈에 생기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주인집 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인화에게는 항암치료와 수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객지에서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인화와 할머니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더 많은 따스한 손길 이어졌으면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
열다섯 살의 몽골 소녀 반바자르는 똑바로 설 수 없는 심한 척추 측만증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 척추 전체를 바로잡는 대수술을 했는데도 반바자르는 수술 후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아프다는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수술은 잘 됐으나 몽골에서도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상 가족들이 힘들게 모은 돈만으로는 병원비 감당이 어려웠다. 다행히 이 두 소녀에게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인화는 삼성서울병원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사랑별’ 기금 대상자로 선정돼 병원 치료비를 지원받았고, 반바자르는 병원 복도에 설치돼 내원객이나 직원들이 소액을 기부하는 ‘희망사과나무’ 기금의 도움을 받았다.삼성서울병원은 저소득층 환자 지원을 위한 ‘사랑별’, 국내외 의료봉사를 지원하는 ‘건강별’, 그리고 의학 연구와 진료 발전을 위한 ‘희망별’ 기금 등으로 내부 직원들의 기부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외부 독지가나 기업의 도움을 받아 작년의 경우 인화와 반바자르 같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1000여명의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 기부하는 것은 당장 병원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병원 진료나 연구를 발전시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도 한다. 기부의 목적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병원에 대한 기부야말로 다른 생명을 구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어 그 어떤 기부보다 고귀하고 뜻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선 메이요클리닉 같은 병원의 기부금이 매년 3000억~4000억원 정도 될 만큼 기부가 활성화돼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병원에 기부하는 사람의 수나 기부금 규모가 미미한 실정이다. 박애의 상징인 기부를 통해 더 많은 인화와 반바자르가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