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다시 '우크라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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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협정 발효 하루 만에 교전…성장률 곤두박질우크라이나의 휴전협정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16일(현지시간) 휴전협정이 발효된 지 하루 만에 다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됐다. 작년 9월의 휴전협정 무산처럼 이번에도 협정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휴전협정 무산위기
동부 요충지서 충돌…EU, 전쟁후원자 블랙리스트에
성장률 5년만에 최악
작년 4분기 GDP 15.2% 감소
통화가치 70% 급락, 물가 급등…국가부도 위험 세계 두 번째
1년 가까이 내전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벌써 흔들리는 휴전협정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전략적 요충항 마리우폴에서 교전이 발생해 정부군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했다”며 “교통 요충지 데발체베도 반군의 미사일 목표물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은 지난 12일 교전 중단을 골자로 한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교전을 멈추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의 데발체베에서는 산발적으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이날 유럽연합(EU)은 반군과 러시아 내 전쟁 후원자를 추가로 블랙리스트(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 명단)에 올렸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 등 19명과 9개 조직이 포함됐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EU 국가로의 여행과 은행계좌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부패가 반복돼 경제가 악화됐다. 여기에 작년 4월 이후 동부지역 교전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가중됐다.우크라이나 통계청은 이날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15.2%(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성장률 추정치인 -13.4%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에 허덕이던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4.6%, -5.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GDP가 크게 감소한 것은 철강공장과 석탄광산이 몰려 있어 우크라이나 산업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동부지역이 반군과의 교전으로 제 기능을 못한 탓이다.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막힌 영향도 크다.
정부군은 동부지역 군사 작전을 위해 하루 500만~1000만달러(약 110억1900만원)를 써왔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 통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고, 물가는 급등세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뜻하는 우크라이나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 24.97bp(bp=0.01%포인트, 지난 13일 기준)로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이런 상황에서 외채 만기가 대거 다가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외채는 총 350억달러다. 이 중 이자를 포함해 135억달러어치가 연내 만기를 맞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지난달 기준)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6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7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단기간 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모든 채무를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대부분 유럽 은행권에 집중돼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채 투자 비중이 큰 템플턴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가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