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거의 정치, 현재의 역사…임진왜란과 '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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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 >
일상의 삶에 치여 살면서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고 싶은 보편적인 심리 때문일 것이다. 익히 알려졌듯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삶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현실의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역사로 시선을 돌리고, 현실 정치를 환기시키는 역사드라마에 시청자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역사드라마는 역사에 대한 적극적 해석과 상상의 산물이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록의 행간을 상상하는 까닭은 지금 현재를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상적인 위민정치(爲民政治)의 실현 방안과 올바른 지도자의 덕목을 제시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실질적 민주주의가 담보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시기에 방영을 시작한,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予其懲而毖後患)”하고자 했던 류성룡의 통한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동서 붕당으로 인한 조선통신사의 분열, 방계 출신의 왕으로 왕위 계승 과정에서 생긴 콤플렉스로 자기방어에 충실한 선조의 파천(播遷)과 몽진(蒙塵) 등을 직시함으로써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로 이순신 장군의 입장에서 조명된 임진왜란을 당시 전시 총사령관 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의 관점에서 다시 짚어보는 것도 그래서다.
‘징비록’에서 적극적으로 해석되거나 상상된 임진왜란의 원인과 참상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정치적 갈등은 분열과 대립의 정쟁을 연상시킬 것이고,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고뇌하는 류성룡의 아픔과 개혁의지는 경제적 이유로 소홀히 했던 올바른 지도자의 덕목을 환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징비록’을 통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전쟁이 일상화된 21세기 동북아시아 정세를 통찰하는 안목까지 갖출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윤석진 <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