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포장 용기들을 '찰칵'…낯선 건축공간처럼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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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서 사진전 연 KDK사진작가 KDK(김도균)의 개인전 ‘P’가 열리고 있던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맞은편 벽면에 사진 75개가 세 줄로 나란히 걸려 있다. 미상(未詳)의 공간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모습처럼 보인다. 잔잔한 음영이 생성해 낸 무채색의 공간이 따뜻하면서도 아늑하다. 렌즈에 담긴 공간은 어디일까.
오는 5월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김씨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 포장용기 속 공간을 포착했다. 빌딩, 컨테이너 박스 등 일상적인 건축물을 낯선 이미지로 표현했던 그는 이번에는 시야를 확대해 인공적인 구조물을 화면에 담아냈다. 작품에 쓰인 소재가 무엇인지 모르고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 있을 미지의 건축 공간처럼 느껴진다.작품에 쓰인 소재들이 흥미롭다. 김씨는 “지난 3년간 일상에서 수집한 하얀색 제품 용기들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 쓰인 소재들은 이른바 ‘주인공’이 아닌 ‘조역들’이다. 또래오래 오곡 후라이드 치킨, 한알한알 정성을 담은 한판 딸기, 1등급란 3무(無)사료 6개입, 삼성냉장고 LRS35 LMGLM 346L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을 손상되지 않게 감싸고 있는 포장용기들이 그것. 흔해 빠진 제품 포장용기들은 김씨의 카메라 렌즈 안에서 낯설게 태어났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았다.
김씨가 ‘스페이스(공간)’에 주목하게 된 것은 건축가로 일하는 누나 김경란 씨의 영향이 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바우하우스 교수들,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며 “독일로 유학을 가서 모더니즘 시대의 건물을 보니 감동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보면 우주도 스페이스다”며 “작업으로 풀어낼 여지가 많은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품이 걸린 벽면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에 중간회색(18%의 광선을 반사하는 회색)의 페인트가 칠해졌다. 관람객들이 하얀색의 작품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다. 서울예대 사진과를 졸업한 김씨는 사진작가 배병우 씨의 제자로 경력을 쌓은 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070-4676-7034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