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靑개혁·재보선 정국 '핵폭탄' 파장

아당 "박근혜 정부 최대 정치스캔들 규정" 총공세
자원외교 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현 정권의 전·현직 실세들에 수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성완종 리스트'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4·29 재·보궐선거의 판세를 뒤흔들 메가톤급 핵폰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며 셈법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리스트에 박근혜 정권의 전현직 비서실장 및 여권 핵심 인사가 거론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곤혹감을 넘어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다.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 착수 가능성까지 제기돼 향후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의 이름과 거액의 액수가 적힌 메모를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했다.

특히 현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의 컨트롤 타워인 이완구 국무총리 및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도 메모에 적혀 있다는 점도 여론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당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에게는 커다란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재보선 4석 가운데 적어도 2석, 많게는 3석 확보를 기대했던 여권은 앞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한다면 전패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같은 의혹이 계속 확산하거나 조금이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까지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반면 야권에는 재보선을 3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야당 역시 이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역풍'을 맞을 공산도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각종 국정 개혁 과제 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의 악재를 딛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국정 과제 입법에 매진하려 했던 여권 내부에서는 자칫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추동력이 이 같은 '돌발 악재'에 발목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무엇보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두 사람이 '리스트'에 오른 청와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최대한 말을 아낀 채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이고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도 현재는 청와대에 몸담고 있지 않은데다 성 전 회장의 주장은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긋고 나섰다.

김기춘 전 실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된 금품수수 주장은 일말의 근거도 없는 황당무계한 허위"라며 "성완종씨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허태열 전 실장도 "그런 금품 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새누리당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이번 사태가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친박(친박근혜) 주류 인사들은 성 전 회장과 거리를 두며 의혹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당 소속 시도지사와 중진 의원의 이름이 메모에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성 전 회장의 주장을 계기로 여권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여권을 코너로 몰아넣을 '한 방'을 잡지 못해왔던 야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정국을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앞으로 재보선 지원 유세에서도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지목한 대상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일부에서는 특별검사 도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며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한다"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충청권의 '마당발'이었다는 점에서 야당 인사가 거명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채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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