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기계공고 "친구들보다 10년 먼저 사회 진출…빨리 기술배워 회사 차리고 싶어요"

국내 최초 스위스 도제식 기술학교 창원기계공고

일주일 학교·일주일 기업실습
기계과 2학년 56명 도제반 편성…취업률 85% 특성화고 중 '최고'
교장실 명패도 'CEO룸'

파격적인 정부 지원
해당 기업엔 교사 수당·훈련비…학교엔 연 15억 실습장비 지원
동구기업 책임현장교사인 김규대 부장(왼쪽 두 번째)이 도제학생 김원준 군(세 번째)에게 프레스금형 하측 홀더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원준 군(17·컴퓨터응용기계과2)은 요즘 회사로 출근한다. 김군의 회사는 경남 창원시 성주동에 있는 동구기업. 에어컨·TV·자동차 등의 금형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연매출 195억원(직원 80명)의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지난달부터 한 주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한 주는 회사로 출근해 기술을 배우는 김군은 현재 조립부서에서 기계설비 기초를 배우고 있다. 6월부터는 금형부로 배속돼 밀링, 연삭 등 머시닝센터(MCT·복합공작기계)를 다루는 법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한 달에 2주 근무를 기준으로 약 60만원의 월급도 받는다. 2년 후 학교를 졸업하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이 회사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도 있다.

김광연 창원기계공업고 지도교사(가운데)가 학생들에게 범용선반의 계단축 가공기술과 정밀도 향상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처음 도입된 스위스 도제식 시범학교인 창원기계공고 학생들의 일상이다. 창원기계공고는 인천기계공고, 광주공고 등 전국 9개 특성화고에서 시범 운영 중인 도제학교 중 가장 먼저 틀을 갖췄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 베른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하고 돌아와 “국내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시범 운영 중인 도제학교는 겉으로 봐서는 여느 특성화고와 다르지 않다. ‘여기가 바로 스위스 도제식 학교’라는 식으로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아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학생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줄 기업들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도제특구지원센터(한국폴리텍 창원캠퍼스)가 있다. 1주일씩 번갈아 학교 수업과 현장 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스위스가 부럽지 않은 최적의 조건이다.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창원기계공고는 올해 초 2학년이 되는 컴퓨터응용기계과 3개반 학생(87명) 중 2개반(56명)을 도제반으로 꾸렸다. 창원시내 23개 강소기업(신용등급 B+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학생들은 지난 1~2월 해당 기업들을 직접 돌아보고 자신이 근무할 곳을 정했다.

기업은 물론 학교로서도 유례없는 변화이자 도전이다. 정부 지원도 파격적이다. 해당 기업에는 현장교사 수당(연 700만원)과 훈련비가 주어진다. 학교에는 연간 15억원 상당의 기자재 구입비가 지원된다. 이효환 창원기계공고 교장은 “교육청 지원금만으로는 꿈도 못 꾸던 5축가공기(5억원 상당)를 구입해 학생들 실습 장비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도제반 학생들이 교내 실습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2년간 쌓는 경험은 지금까지 3학년2학기 때 1주일(34시간)간 현장실습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취업률 85%로 전국 특성화고 중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이 학교에는 교장실이 없다. 교장실에는 ‘CEO룸’이라는 명패가 달려 있다. 이 교장은 “두 명의 교감선생님이 계시니까 교장은 CEO로서 학생 교육에 필요한 투자를 많이 유치하고 결과만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교장실 명패를 없앤 이유를 설명했다.이 교장에게 생소한 개념의 도제반 편성에 학생들이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대답은 도제반의 최명준 군(17·대림테크 근무)이 대신했다. “친구들보다 10년 일찍 사회에 진출한 거잖아요. 빨리 기술을 배운 뒤 회사를 차려 경영을 해보고 싶습니다.” 곁에 있던 조호준 군(16·연암테크 근무)도 거들었다. “기계를 다루다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부모님을 직접 설득했어요. 대학은 회사 다니면서 가도 늦지 않으니까요.”

창원=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