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평균 경쟁률 23대1…활용도 높은 '강소주택' 전성시대

부동산시장 흐름 바꾸는 '뉴 노멀' (1) 중소형은 분양시장 '귀하신 몸'

소형 아파트에 4베이 등 내부 구조 개선
전용면적 59㎡ 집값이 84㎡ 추월하기도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이 다음달 경기 시흥시 목감지구에서 분양하는 ‘목감 레이크 푸르지오’는 629가구 모두 전용 59㎡(옛 25평형)로만 이뤄졌다. 이 중 45가구는 부부만 사는 50~60대를 위해 방을 두 개만 배치하는 대신 거실과 부엌 등 공용 공간을 크게 만들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개발(R&D)센터 소장은 “자녀 분가 등으로 집 크기를 줄이려는 베이비부머가 많다”며 “크기는 작지만 공간 활용도가 높은 ‘강소주택’을 선보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청약 경쟁률·집값 高高옛 84㎡형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공간 활용도를 자랑하는 59㎡형은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집값도 강세를 보이면서 분양시장의 중심 주택으로 떠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공급 99㎡미만(옛 20평형대)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012년 평균 2.06 대 1에서 지난해 9.02 대 1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22.77 대 1에 달한다. 공급 132㎡미만(옛 30평형대)와 165㎡미만(옛 40평형대) 경쟁률을 크게 웃돈다.

3.3㎡당 매매 가격도 옛 20평형대 아파트는 2012년 1394만원에서 올 들어서는 1461만원으로 5% 가까이 오른 반면 옛 40평형대 아파트는 같은 기간 1722만원에서 1692만원으로 오히려 2% 안팎 떨어졌다.

중소형 주택의 인기는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소형 주택의 상품성이 크게 개선된 결과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4베이 설계가 최근에는 59㎡ 등 중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베이(bay)는 햇빛이 들어오는 전면 발코니와 접한 방과 거실의 개수를 말한다. 4베이는 거실과 방 세 개에 모두 발코니가 있어 확장을 하면 실제 사용 면적이 옛 84㎡ 못지않다.수도권 신도시에서 59㎡ 아파트에 4베이 설계를 적용해온 반도건설의 김정호 홍보팀장은 “4베이 발코니 면적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으로 입주자들의 비용 부담이 없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들은 또 방과 거실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 관리비 부담을 대폭 낮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납공간 극대화,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수영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시설 등을 통해 중소형 아파트 입주민이 옛 중대형 아파트에 사는 것과 동일한 만족도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남 3구에서도 소형은 귀한 몸투자 수요가 많아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높았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서초 삼호 1차 재건축) 분양에서 59㎡ 청약 경쟁률은 82 대 1로, 97㎡(9.2 대 1)와 104㎡(5.1 대 1) 등 중대형을 압도했다. 같은 달 선보인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서초 우성3차 재건축)도 83㎡의 청약 경쟁률이 167 대 1로 가장 높았다.

새 아파트뿐만 아니라 강남 3구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59㎡ 집값이 84㎡를 추월하는 경우가 등장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59㎡의 올해 실거래가는 8억원으로, 입주 시기가 비슷한 신천동 파크리오 84㎡ 최저 실거래가(7억5000만원)보다 높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59㎡의 올해 최고 실거래가는 11억원으로, 잠원동 신반포5차 전용 106㎡ 최고 실거래가(10억원)와 잠원동 우성 101㎡ 최고 실거래가(10억9000만원)를 웃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AID 차관아파트 재건축) 전용 31㎡(옛 14평형)의 올해 최고 실거래가는 5억800만원으로, 3.3㎡당 3628만원에 달한다. 114㎡(옛 43평형)의 3.3㎡당 실거래가 3209만원보다 3.3㎡당 가격이 13% 높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전통적으로 대형 주택 선호지역인 강남 3구에서도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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