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모든 직책서 물러난다

'이메일 막말' 논란 확산에 사퇴
"학사 구조개편 물의 빚어 죄송"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75·사진)이 전격 사퇴했다. 박 이사장은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맡고 있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중앙대는 “박 이사장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 중앙대 이사장과 두산중공업 회장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박 이사장은 중앙대를 통해 “그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학사구조선진화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상처를 입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 사퇴는 최근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관련한 여러 가지 특혜 의혹으로 중앙대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상대로 ‘이메일 막말 논란’이 불거져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 법인 운영에 참여하면서부터 이사장에 오른 박 이사장은 그동안 교수들의 반발 속에 교수평가와 연봉제 실시, 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개편을 밀어붙였다. 박 이사장이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향해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지난달 보직교수들에게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앞서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 전 수석이 2011~2012년 중앙대 본교와 안성캠퍼스 간 통합, 적십자간호대 인수합병 때 중앙대에 편의가 제공되도록 교육부 등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에 이사회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이사장의 개입 혐의에 대해 직접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