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올리는 투명경영]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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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LG그룹은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한발 앞선 ‘투명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사업자회사는 오로지 본연의 자기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모범 사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인 지배구조로 개편해 재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출자와 전체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만을 담당한다. 사업자회사는 계열사에 대한 상호 순환출자 등 출자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본연의 자기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역할분담을 분명히 했다.LG는 일찌감치 출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역할을 명확히 나눈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LG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는 LG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 속에서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며 “이후 다른 대기업도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LG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LG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경을 추진한 것은 구본무 LG 회장의 기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후 화학과 전자사업의 성장 속에서 이동통신과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 도전했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구 회장은 “경영시스템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출자구조 개편 등 단계별 구조조정을 추진해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LG만의 차별화된 기업문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출자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LG 최고경영진은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에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가는 책임경영 문화를 실천했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구 회장이 매년 CEO들을 모아 진행하는 ‘전략보고회’와 ‘업적보고회’다.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과 사업전략 및 성과에 대해 논의하고 협의한 뒤 결정된 사항에 대해선 계열사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철저한 책임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LG는 100년 넘는 영속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LG는 1994년 ‘정직과 공정의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며 회사와 임직원이 제반사업을 추진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올바른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정립한 ‘LG윤리규범’을 제정, 선포했다.
또 정도경영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3년 4월에는 ‘LG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TFT)’도 출범했다. TFT는 정도경영의 전파 및 확산, 부정비리 개선을 활동 목표로 임직원 대상 정도경영 교육을 실시하고 ‘명절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2013년에는 협력회사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사와 관련한 금품을 일절 받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종전까지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5만원 이내의 경조금과 승진 시 축하 선물 등을 받는 경우는 담당 조직에 신고하는 의무가 면제됐지만, 이때부터는 경조사 관련 금품을 일절 받지 않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조사 소식이 협력회사에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사내 게시판내 임원의 경조사 공지도 없앴다. 협력회사에 사업이나 업무 외적으로 일절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LG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회사도 자유롭게 정도경영 위반 관련 제보를 할 수 있도록 2003년 6월부터 사이버신문고(ethics.lg.co.kr)를 운영하며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있다.LG그룹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명경영 활동을 통해 글로벌 1등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