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미국 금리인상 시장 충격 일시적…한국에 득 될 수도"

국제금융포럼 참석

"원高·저성장 걱정하는 韓…수출비중 줄이고 내수 키워야"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27일 “올해 미 금리가 인상돼도 시장의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한국은 자본흐름을 잘 관리한다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다. 원화 강세와 저성장 등 한국 경제의 걱정거리에 대해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근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2013년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언급했을 때는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었다.그는 “미 금리 인상이 시작돼도 당시와 같은 ‘긴축 발작’까지는 겪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미국이 다른 국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취약국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 금리 인상 영향에 대해서는 “미 금리 인상은 나쁜 소식이 아니라 좋은 소식”이라며 “미국 경제가 충분히 튼튼해졌으므로 정상화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각국의 경쟁적인 금융 완화 정책으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수출비중을 줄이고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각화된 경제에선 환율 변동이 재앙이 아니라는 설명도 추가했다. 그는 “구조개혁을 이뤄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며 규제 등에 묶여 서비스업 경쟁력을 잃어버렸던 일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신용 팽창 등 부실 우려가 있지만 금융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경제의 회생 조짐에 대해서는 “디플레이션의 고리를 드디어 끊고 있다”며 “저출산 등 해결할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증시 등의 ‘거품 논란’에 대해서도 긍정론을 폈다. 그는 “1990년대 말의 정보기술(IT) 거품 같은 행태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