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 도전…대하소설 '아리랑' 50억 들여 공연

내달 16일 LG아트센터 무대에…김성녀·안재욱 등 출연
창작뮤지컬 ‘아리랑’에 출연하는 배우 김우형(왼쪽부터) 임혜영 카이 안재욱 김성녀 서범석 윤공주 이소연 이창희 김병희. 신시컴퍼니 제공
“신시컴퍼니가 몇 년 전 제작한 뮤지컬 ‘아이다’에서 이집트에 끌려온 누비아 백성들이 핍박 속에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때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을 무대화하겠다고 결심했어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사진)는 9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아리랑’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내달 16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다. 일제강점기를 힘겹게 살아낸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린다. 신시컴퍼니가 2007년 ‘댄싱 섀도우’의 실패를 딛고 8년 만에 도전하는 대형 창작뮤지컬로, 제작비가 50억원에 달한다.

차범석의 소설 ‘산불’을 원작으로 한 댄싱 섀도우는 박 대표가 7년간 공들여 제작한 첫 대형 창작뮤지컬이었으나 흥행에 참패, 25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는 “쫄딱 망한 댄싱 섀도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말 후회 없이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아리랑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고 말했다.각색과 연출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가 맡았다. 고 대표는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을 2시간30분 남짓한 공연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파면 팔수록 늪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며 “40여년에 걸친 시대 배경과 수백명의 등장인물을 축약해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작곡과 편곡을 맡은 작곡가 김대성 씨는 “음악은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신아리랑 등 아리랑을 기반으로 현대음악·클래식·뮤지컬 어법을 입힌다”며 “전자음을 가급적 배제하고 20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어쿠스틱한 느낌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원작자 조정래 씨는 “나라를 잃었던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새 삶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며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 아리랑이 뮤지컬화되는 것은 망각의 딱지를 뜯어내고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은 전문 뮤지컬배우 서범석과 방송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안재욱이 맡았다. 어지러운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양치성’은 김우형과 카이, 고난과 유린의 세월을 감내하는 ‘수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번갈아 출연한다. 김성녀는 '감골댁'으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간다.박 대표는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작품을 정말 하고 싶은 배우들만 참여했다”며 “그래서인지 팀워크와 앙상블은 최고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