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 '철도 난개발' 비상] 영동대로 통합개발 혼선…시민 불편에 15조 내수부양 기회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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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대로에 수도권 6개 철도망 건설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까지 영동대로 650m 구간의 지하공간에 광역급행철도(GTX)역을 비롯한 6개 철도역과 환승센터가 건설된다. 이 구간의 역을 포함해 6개 철도 노선을 만드는 것은 국내 철도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투입 자금만 15조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철도 사업인데 컨트롤타워 없어
전문가 "관계기관 모여 통합개발 신속 협의를"
그런데도 국토교통부, 서울시, 강남구 등 소관 기관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이 제각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관 기관의 협의 없이 각자 개발할 경우 예산 낭비는 물론 무분별한 철도 난개발로 영동대로 일대가 수십년간 교통지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관련 기관들 ‘제각각 행보’
삼성역에 새로 역을 낼 것으로 확정됐거나 계획 중인 철도망은 수도권 GTX A노선 2개(삼성~동탄, 일산~삼성)와 C노선(의정부~금정), 지하철 위례~신사선, KTX동북부연장선(의정부~수서), 남부GTX(부천 당아래~잠실) 등 총 6개다. 사업 주체는 GTX와 KTX는 국토부, 지하철은 서울시다.
국토부와 서울시 및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강남구는 6개 철도의 ‘원샷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른 노선과의 연계 개발을 통해 지상 교통혼잡은 최소화하면서 공사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철도 착공 시점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국토부는 GTX 삼성~동탄 노선 사업을 다섯개 공구로 나눠 다음달 발주할 계획이다. 동탄2신도시 입주민의 강남 접근성 강화를 위해선 조기 착공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삼성역이 포함된 1공구는 제외하고 수서~동탄 구간만 먼저 착공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6개 철도뿐 아니라 영동대로 지하에 조성되는 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도 원샷 개발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복합환승센터는 신규 6개 철도 노선과 기존에 건설된 지하철 2·9호선을 갈아탈 수 있는 공간으로, 수익 창출을 위해 대규모 쇼핑몰도 들어선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성~동탄 GTX 건설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면 복합환승센터와의 연계에 제약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복합환승센터 조성은 서울시가 계획을 내놓는 대로 나중에 협의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달 초에야 첫 실무협의를 열었다.여기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강남구도 나홀로 행보에 나서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달 “지하철 2호선 삼성역사 및 영동대로 지하공간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개발 기본구상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검토 용역을 단독 발주했다.
○2040년까지 영동대로 ‘공사장’
GTX A노선 삼성~동탄 구간이 다른 노선과의 연계 없이 먼저 시행되면 복합환승센터뿐 아니라 다른 철도 노선의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노선이 영동대로를 경유하려면 기존 GTX 노선을 피해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 1㎞에 1000억원가량의 사업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선이 변경될 경우 최소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로 들 전망이다.서울시 관계자는 “영동대로 지하에 철도망과 역사(驛舍)를 제각각 구축하면 땅을 수십m씩 팠다가 덮었다가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강남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역을 비롯한 영동대로 일대가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철도 통합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까지 72만㎡ 지역을 국제 업무·관광·문화 중심지로 육성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영동대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철도 1개 노선을 먼저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국토부와 서울시, 강남구 등 관계 부처가 모두 모인 컨트롤타워를 통해 효율적인 영동대로 개발 계획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백승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