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새 우편번호…"집주소 더 헷갈려"

4000억 예산 쓴 '도로명주소' 국민들은 아직도 낯선데…

갈길 먼 도로명주소
우편물 사용률 70% 넘었지만 현장선 민원인 20~30%만 써
국민들, 새 주소 여전히 '감감'

27년 만에 바뀌는 우편번호
현행 6자리서 5자리로 변경…홍보 제대로 안돼 혼란 예고
새 주소 표기 제도인 도로명주소가 2013년 1월 전면 도입된 지 1년6개월여가 지났지만 일반 국민 사용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달 1일부터는 기존 여섯 자리 우편번호 대신 다섯 자리로 구성된 새 우편번호가 도입된다. 도로명주소와 새 우편번호 등 새 주소가 국민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공공기관 전용주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도로명주소 정착 단계”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주소 평균 사용률은 72.4%다.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기 한 달 전인 2013년 11월 17.7%에서 4배 넘게 올랐다. 도로명주소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당초 예상 목표치를 달성했다며 도로명주소가 정착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의 체감도는 다르다. 일선 구청과 경찰서 민원실 등에서 도로명주소를 쓰는 시민들은 소수다. A구청 관계자는 “민원인 10명 중 두세명만 도로명주소를 사용한다”며 “옛 지번 주소를 써도 직원들이 바꿔주기 때문에 도로명주소를 몰라도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쓰도록 한 데 이어 2013년부터 통신, 금융회사 등 민간 기업에도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우편물을 덜 보내는 일반 국민의 도로명주소 사용률은 극히 낮다는 의미다. 도로명주소의 우편물 사용률이 70%가 넘는다 할지라도 국민 10명 중 7명이 새 주소를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1996년 이후 18년 동안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도로명주소를 정착시키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8월부터는 새 우편번호 시행

다음달 1일부터는 도로명주소 체계를 적용한 새 우편번호가 시행된다. 기존 우편번호 체계가 바뀌는 것은 27년 만이다. 현재 쓰이는 여섯 자리 우편번호 체계는 1988년부터 시행됐다.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종전 우편번호는 집배원이 우편물을 잘 배달할 수 있도록 지정된 체계”라며 “도로명주소 체계에 맞춰 우편번호를 전면 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 지 11개월 후인 2013년 12월에 새 우편주소를 2015년 8월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새 우편번호는 도로, 하천, 철도 등 잘 변하지 않는 지형물을 기준으로 부여한 국가기초구역번호로, 총 다섯 자리로 구성된다. 앞의 두 숫자는 광역 시·도 번호이며, 세 번째 숫자는 시·군·자치구 지정번호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특정 지역에 부여된 일련번호다.

도로명주소가 아직 국민 실생활에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우편번호까지 도입하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로명주소가 정착하기 위해선 최소한 한 세대는 걸릴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새 우편번호까지 도입하면 대부분 국민이 본인 주소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올초부터 새 우편번호 제도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 우편번호도로명주소 체계에 맞춰 도로, 하천, 철도 등 잘 변하지 않는 지형물을 기준으로 전국 3만4349곳에 부여한 국가기초구역번호. 총 다섯 자리로 구성된 새 우편번호는 8월1일부터 전면 도입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