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대출 조이기 전 집 사자 하반기가 매매 황금기" vs "젊은층 내집마련 위축 시장 활력 둔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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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이자만 내는 대출' 축소…부동산시장 어떻게 움직일까정부가 1100조원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방침을 밝히면서 부동산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상반기 동시에 호황을 보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에 ‘7·22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로 ‘거래 감소’와 ‘분양 부진’이라는 악재가 부상할 수 있어서다. 이번 정책은 거치식·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가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상환능력 심사를 깐깐이 함으로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전문가 5인의 시장 분석
"주택대출 70% 받았다면 10%만 분할상환
추가부담 실제로는 크지 않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심리적인 위축과 장기적인 거래 부진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출 상환 부담과 DTI 규제 효과로 상반기까지 주요 주택 구매층이던 20~30대 젊은 층들이 주택 구매보단 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대출 심사 강화로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하반기 심리적 위축 vs 대출 강화 전 매매 증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주택시장이 올 상반기만큼의 호황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상반기까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형 택지지구 분양, 전매제한기간 완화, 담보인정비율(LTV)·DTI 완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호재가 시너지 작용을 발휘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이런 추가적인 호재가 없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대한 부담이 미리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프런티어마루의 김한모 대표는 “기존 주택시장 매매는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홍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 전무도 “대출 심사가 강화되는 내년엔 주택시장의 활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주택시장 거래량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심리적인 위축이 시작돼 주택 구매가 주춤할 것이란 의견과 이와 달리 내년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기 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에서 내년부터 가계대출 규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며 “부동산은 심리적인 요소의 영향이 커 하반기부터 충분히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정부의 대출규제에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액수가 크고 장기 투자 목적인 부동산은 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은 조금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전세에서 매매를 하려는 수요는 올 하반기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대표도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이번 정부의 방안 발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자만 지급하다 나중에 집 가격이 올라가면 팔려는 투자자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서 전무는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기 전인 올 하반기에 주택 거래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전무는 “예전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세 면제 혜택 기간을 정해 뒀던 사례를 보면 그 기간 안에 주택 거래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그 이후에는 ‘거래 절벽’이 생기는 상황이 많았다”며 “이번에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는 내년 이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층들의 주택 구입을 유발해 연말까지 기존 주택 매매시장의 거래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투자 목적의 수요자이건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이건 주택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올해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공급 과잉’ 지방 타격 클 듯…신규 분양 2년 뒤 타격
이번 가계대책 관리방안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최근 몇 년간 주택 공급이 많이 이뤄졌던 대구·대전 등 지방 주택시장일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에 입주 예정인 물량이 4만가구로 공급 과잉으로 돌아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승배 대표는 “현재 신규 분양 공급이 넘쳐나는 지방 주택시장에서 준공 후 입주가 안 되면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입주를 하고 싶어도 공급 과잉으로 이전 집이 안 팔리거나 가격이 떨어지면 원리금 상환부담 때문에 투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도권과 일부 신도시는 수요가 아직 남아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전무는 신도시의 경우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공공분양물량 축소, 택지지구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올해처럼 뜨겁지는 않겠지만 신도시 아파트 분양시장은 내년에도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량 시장”이라고 분석했다.신규 분양에 적용하는 집단대출은 이번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하지만 심리적인 위축은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함 센터장은 “신규 분양 때 받는 집단대출은 입주 때 개인담보대출로 전환이 된다”며 “결국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향후 풍선효과로 신규 분양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도 “당장 신규 분양에 미치는 효과는 미약하지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으면 예전보다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게 된다”며 “하반기부터 부동산 수요층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레스 금리는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보여주는 금리다. 원리금 상환액 계산 때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하면 상환 부담액이 커져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서 전무는 “내년에 대책이 시행돼도 현재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거치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등의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입주 때 주택담보대출 전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층, 신규 구입 신중해질 것
작년 하반기부터 치솟은 전셋값 때문에 주택 구매로 돌아선 20~30대는 보다 보수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민·신한 등 금융권에 따르면 2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조4715억원 늘어난 6조514억원이었다.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47조6148억원에서 61조8973억원으로 14조2825억원 늘었다.
40~50대 중장년층보다 소득이 높지 않은 20~30대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낮은 금리에 LTV·DTI 규제가 완화된 덕분이다. 그런 젊은 층이 내년부터 담보대출 때 원리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는 조건은 전셋값 부담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 전무는 주택 구매를 포기한 20~30대의 전·월세 수요 증가로 전세가격은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이마저도 감내하기 어려운 20~30대는 결국 월세로 갈아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전세가격은 현 수준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월세시장으로 밀려나는 수요 때문에 월세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며 “추가로 자영업자들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위축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20~30대, 자영업자들의 주택 구입 어려움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의 대책이 상환 가능 여력에 따라 대출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젊은 층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원금상환비율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한모 대표는 “대출금액 전부를 상환 대상으로 넣는 게 아니라 대출 70%를 받으면 60% 이상인 10%를 분할상환하는 방식”이라며 “과한 대출만 아니라면 젊은 층의 주택 구매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김한모 대표는 “수익형 부동산은 은행에서 애초에 대출 자체를 40% 정도의 보수적인 수준으로 진행한다”며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금리 속 투자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전무도 “서울 상암동과 문정동 쪽 오피스텔은 분양 분위기가 올 들어 더욱 좋아지는 등 이번 대책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