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유미 "남편 외도 목격한 여인의 치유과정 그렸죠"

소설가 서유미 씨 중편 '틈' 출간
평범한 주부에게 배우자의 외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다.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소설가 서유미 씨(사진)의 신작 중편 《틈》(은행나무)은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여성이 겪는 감정의 혼란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여자’는 집 근처에서 우연히 남편의 차를 본다. 승용차 조수석에 어떤 여자가 같이 타고 있는 것을, 온 얼굴을 움직여 웃으며 여자의 뺨을 쓰다듬는 남편의 모습과 같이 본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 살림을 꾸리는 데만 신경 썼던 여자는 심한 충격을 받는다. “모든 게 익히 알던 모습 그대로인데 세상은 몇 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누군가 난데없이 뺨을 때리고 달아난 것처럼 멍했다. 감정의 동요보다 묵직한 충격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여자는 그 자리에 한참 더 서 있었다.”장소는 거리에서 목욕탕으로 변한다. 여자는 당장 차를 쫓아가거나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대신 목욕탕에 간다. 그는 목욕탕에서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다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쉽게 훼손되는 것인가를 깨닫고 조용히 운다. 여자는 목욕탕에서 또래의 여자들을 만난다. 한낮의 목욕탕을 찾은 여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육아의 고단함,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겪는 어려움, 남편의 외도 같은 고통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여자들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목욕탕은 치유의 공간이 된다. 미호 엄마, 민규 엄마로 불리던 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자아를 찾아 나간다.

남편의 외도라는 소재는 자칫 통속적인 내용으로 흐를 수 있지만 작가는 자극적인 묘사 대신 이야기와 공감을 통한 치유를 선택한다. 차분한 묘사는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서씨는 “풍문이나 험담, 전망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중하는 장면이면 좋겠다”며 “우리를 감싸는 사소한 웃음과 공감과 연대에 가 닿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고지 300~400장 분량인 중편의 특색을 살려 짧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