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처럼 허리 돌리면 부상 위험…골프 오래 치려면 장타보다 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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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전문 솔병원 나영무 원장왼 팔꿈치가 굽지 않는 백스윙, 강력한 골반 회전으로 만드는 고속 헤드 스피드, 척추각이 유지된 화려한 피니시….
박세리·김효주 등 치료
거리 욕심에 디스크 손상
우즈·미셸 위 부상도 파워풀 스윙의 대가
간결한 스윙 몸에 배야
아마추어 골퍼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로리 매킬로이, 김효주 같은 ‘완벽한 스윙’이다. ‘평생소원’이라며 하루 1000번 스윙, 무박3일 72홀 라운드를 마다 않는 열혈 골퍼도 많다.나영무 솔병원 원장(사진·53)은 이에 대해 “10년 뒤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한다. 몸을 망칠 확률이 100%라는 경고다. 2004년 서울 방화동에 문을 연 솔병원은 수술 없이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스포츠의학 전문병원이다. 그간 기성용(축구)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손연재(리듬체조) 등 글로벌 스포츠 스타와 박세리 신지애 김효주 등 세계 골프계의 별들이 이 병원을 거쳤다.
나 원장은 “LPGA나 PGA 생중계가 보편화된 데다 인터넷에도 화려한 동작을 구사하는 동영상 레슨이 넘쳐나 10~20대 프로들이나 하는 스윙을 많이 흉내낸다”고 지적했다. 이는 체력 면에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3~4년 사이 허리 디스크 환자가 매년 10% 이상 늘어난 데도 이런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골프 실력이 좋아질수록 디스크 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허리 회전을 빠르게 해 비거리를 내려는 욕심이 결국 화근이 된다는 얘기죠.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는 사소한 근육통 정도로 치부하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게 문제예요.”그렇게 병을 키운 결과가 퇴행성 디스크다. 심해지면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가 닳아 척추뼈끼리 마찰을 일으키는 협착증으로 진행된다. 골퍼에겐 사형 선고 같은 난치병이다. 상당수 젊은 레슨 프로가 수강자의 연령과 유연성, 근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론과 자기 경험 중심으로 스윙을 주입하다가 증세를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아마추어들의 연습방식도 문제다. 딱딱한 매트에서 쉼 없이 칠수록 골퍼의 수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뇌가 플래시 메모리처럼 동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30회 정도 연습한 다음 30초 이상 쉬고 연습해도 반복 연습효과는 같다”고 강조했다.
구력 23년의 싱글 골퍼인 그는 부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비거리를 내는 방법으로 회전 중심이 아니라 임팩트 중심의 스윙을 환자들에게 권한다. 양팔을 겨드랑이에 꼭 붙여 상하체를 동시에 회전하되 엉덩이를 타깃 방향으로 밀어내는 간결한 스윙이다. 몸의 큰 근육을 활용해 스위트스폿을 노려 때리면 절반 크기의 스윙만으로도 충분히 거리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영원할 것 같았던 타이거 우즈나 미셸 위에게도 결국 부상이 왔어요. 파워풀한 스윙의 대가입니다. 젊었을 땐 근육이 버텨주지만 본격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26세 이후에는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특히 허리는 한번 수술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보호해야 오래 써먹죠. 그래야 스코어 관리도 잘됩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