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의 가치는 돈·권력·아름다움으로 결정된다

예술을 보는 눈

마이클 핀들리 지음 / 이유정 옮김 / 다빈치 240쪽 / 1만8000원
어느 날 천사가 눈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예술작품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아니면 무엇이든 골라보세요.”

뛸 듯이 기뻐하는 사람 앞에 선 천사가 몇 마디 덧붙인다. “단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수익도 취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서도 안 됩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실망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세계적인 예술품 딜러이자 전시 기획자인 마이클 핀들리는 《예술을 보는 눈》에서 “예술에는 돈, 권력, 아름다움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있다”며 “예술의 가치를 어느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손해”라고 지적한다. 작품 구매가나 전시 관람료는 예술의 세 가지 가치에 대한 대가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해변의 모성’. 다빈치 제공
예술의 상업적 가치는 현대에 들어 특히 중요해졌다. 작품과 작가, 소수의 컬렉터만 존재하던 예술시장에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고, 관련 금융 상품이 생길 정도다. 크리스티 경매사에서 오래 몸담은 피들리는 “예술의 상업적 가치는 변동 환율과 비슷하다”며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집단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저자가 예술의 두 번째 가치로 드는 ‘사회적 힘’도 이와 비슷하다. “예술작품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이끌고, 종종 과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피카소의 작품이 비싸게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800만달러 이상의 피카소 작품을 아무거나 하나 소개해달라”며 갑자기 연락한 고객의 사례를 들며 “예술품의 상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서로 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둘 다 이해관계자의 떠들썩한 포장과 컬렉터끼리의 모방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인 아름다움은 개인적인 영역에서 결정된다”며 “심미적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자신만의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삶의 감각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예술의 존재 이유”라며 “모두가 스스로 예술을 느끼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부자가 돼야 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비평가와 큐레이터, 아트딜러 등이 각자의 이론을 말하지만 이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라며 “이론을 공부하기보다 밖으로 나가서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저렴한 가격에 예술 작품을 즐기는 법, 작품 구매자가 현명하게 협상하는 방법 등을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풍부한 일화와 함께 설명해 쉽게 읽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