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미리 보는 인재포럼] 전문대 출신 김봉진 대표 "사회가 정해준 길 아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고민…고정관념 깼죠"

학벌 따지는 스타트업 업계서 '배달의민족' 앱 돌풍

웹디자이너 접고 창업 뛰어들어
6개월간 5만개 음식점정보 모아
앱 올린 다음날 인기차트 1위
한 해에도 1000여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 중 창업에 성공해 이름을 알리는 기업은 1%도 안 된다. 성공한 기업 대표는 대부분 KAIST, 서울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이거나 유학파다. 유난히 학벌을 많이 따지는 분야가 스타트업 업계다.

외식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는 이런 일반적인 ‘성공 공식’에서 비켜서 있는 사람이다. ‘공고-전문대(서울예술대)’를 졸업했다. 게다가 디자이너 출신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 업계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창업 후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800만건, 월간 주문량 500만건. 하루에도 16만건 이상의 음식 주문이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1일 서울 석촌호수 근처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사회에서 정해준 길을 가는 대신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고를 다니다 미술에 대한 꿈을 품고 서울예술대에 진학했고, NHN(현 네이버) 네오위즈 이모션 등 굵직한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창업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졸업생 사이의 학연이나 파벌에서 소외돼있다 보니 회사 다니는 내내 ‘나는 비주류’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오히려 그래서 ‘주류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외식음식 주문 앱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수입돼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배달 앱 성공의 관건은 ‘음식점 정보’였다. 앱에 담을 음식점 자료(DB)를 최대한 많이 구축해야 했다. 앱을 출시하기 전 그는 서울역에 전국 전단광고(일명 ‘찌라시’) 대행사업자들을 모아놓고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길거리를 배회하며 전단을 줍는 것도 다반사였다. “쓰레기통도 뒤지고, 전단 인쇄소에 가서 한 장만 빼달라고 사정하기도 하면서 6개월 만에 5만개의 음식점 정보를 모았어요.” 완성된 앱을 앱스토어(앱 장터)에 올린 다음날 배달의민족은 ‘앱스토어 인기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김 대표는 자칭 타칭 ‘독서광’이다. 독서는 ‘성공 습관’을 묻는 질문에 쑥스러워하며 그가 한 답이다. 김 대표는 한 달에 평균 20만원어치의 책을 산다. 회사 경영, 마케팅 아이디어, 인생의 방향성 등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는 “인문학부터 철학, 디자인, 경영, 심리학 등 다양한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다”며 “다양한 책을 함께 읽으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책끼리 얘기를 나누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장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해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지니게 되면 세상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세워 놓은 법칙대로만 살게 될 겁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