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학이 'MOOC혁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대학교육 확 바꿔놓을 '파괴적 혁신'
올 20개 강좌 목표한 K무크 출범

'거꾸로 교실'방식 교육에도 주목
교육 효율화, 지식경쟁력 높여야"

김도연 < 포스텍 총장 >
이달부터 ‘K무크(MOOC)’로 명명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가 시범 운영된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수강이 가능한 대학강좌’를 의미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012년을 ‘무크의 해’로 칭하기도 했다. 같은 해 스탠퍼드대에서 출범한 ‘코세라(Coursera)’에는 현재 세계 121개 유명 대학들이 엄선해 제공하는 1100여개의 강좌가 올라와 있으며, 이를 듣기 위해 약 1500만명의 수강생들이 등록하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물리학이나 경제학, 혹은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가 제공하는 강의를 내가 택한 시간에 아무 곳에서나 편한 자세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무크가 전통적인 대학교육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소위 ‘파괴적 혁신’으로 간주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무크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돼 이미 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 일본도 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민간 주도이지만 프랑스는 우리처럼 정부가 이를 주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세라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언어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강의 콘텐츠를 중국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J무크’ 등이 구축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20개 정도의 강좌를 목표로 하고 있는 K무크의 출범은 늦은 감도 있지만 오히려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려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가꿔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무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앞에 놓고 교수가 행하는 기존의 강의를 단순히 녹화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아니다.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응용해 교수·학생 간 토론도 이뤄질 수 있는 양방향 학습 시스템으로, 과제부여와 시험 등을 통해 자격이 인정되면 과목 이수증까지 발급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가까운 미래에는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대학 졸업장과 더불어 무크에서 제공하는 특정 과목들의 이수증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겠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기존의 대학시스템은 결국 붕괴하고 말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무크도 결국은 찻잔 속 태풍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 대학사회가 무크를 간과하고 무시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를 이용한 교육의 효율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우선 캠퍼스 안에 머물던 강의를 개방해 공개한다는 것은 대학 수업의 질적 혁신을 촉진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몇 만 명이 들을 수도 있는 강의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교수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모든 사람들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며 일을 하라”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야기처럼 개방은 어떤 업무에서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아울러 우리 대학사회는 무크를 이용한 소위 ‘거꾸로 교실’ 방식의 교육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학생은 무크로 아무 곳에서나 편한 시간에 사전학습을 하고, 이를 토대로 학교에 와서는 교수와 함께 의문사항 등을 토론하는 역(逆)진행식 수업에서 교수와 학생은 수업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학습 동기를 더욱 부여하고 수업 참여의지를 높여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킨다고 잘 알려져 있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지식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아직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마치 K팝이나 K뷰티처럼 K무크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 우선은 K무크에서도 중국처럼 코세라 등과 연계해 명실상부한 세계적 학자들의 강의를 한국어로 바꿔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글 자막 서비스도 무방하다. 여하튼 우리 대학교수들의 강의로 한정되는 우물 안 K무크는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