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중…스위스 소몰이 축제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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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축제의 시간태양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계절. 서늘한 기운이 밀려오는 시기지만 심장은 더욱 뜨거워진다. 가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차분해진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예술축제부터 수확기의 흥청망청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맥주축제, 자연을 오롯이 껴안은 행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아직 가슴 속에 여름의 열기가 사라지지 않은 이들도, 가을의 쓸쓸함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모두 하나가 된다. 가을을 환영하는 세계의 다양한 축제 속으로 떠나 보자.
캐나다 밴프서 황금낙엽 즐기고~
호주 멜버른서 거리공연 보고~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서 맥주 한잔 캬~
볼거리예술세계의 혁신과 창조,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
시작은 찬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호주 최대의 독립 문화 행사로 성장했다. 오는 16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리는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melbournefringe.com.au)이다. 이 축제는 유명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비주류 예술가들이 대형 축제장 주변에서 자생적으로 공연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권위적인 순수예술, 상업적인 대중예술과는 다른 길을 추구하는 독립예술가들이 모여 1982년 처음 시작해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호주 최대 예술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축제 기간에 독립 예술가들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작품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펼쳐진다. 멜버른의 광장, 박물관, 클럽, 전시장, 극장 등 160개 장소에서 6000명 이상의 예술가가 길거리 공연과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공연 종류는 퍼포먼스, 코미디, 라이브 공연, 비주얼 아트, 댄스, 서커스 등을 아우르며 총 400개 이상의 공연과 전시가 계획돼 있다.
축제는 관람객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독립 예술가들을 위해 각종 회의와 개인 상담, 포럼, 워크숍, 멘토링, 인턴십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기술 향상과 발전을 돕는다.
워낙 많은 공연이 열리는 만큼 보고 싶은 공연을 꼼꼼히 챙겨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축제 홈페이지에서 공연 일정과 시간, 내용 등을 확인하면 된다. 일부 유료 공연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관람권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무료 공연만 돌아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행사가 열린다. 대부분 공연과 문화 체험은 무료이거나 자율적인 기부금을 받는다. 유료일 경우에도 20호주달러(약 1만6700원) 안팎으로 즐길 수 있다.돈키호테의 열정이 흐르는 멕시코 세르반티노 국제페스티벌
멕시코는 ‘연중 축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축제가 열리는 나라다. 그중에서도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축제는 세르반티노 국제페스티벌(festivalcervantino.gob.mx)이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세도시 과나후아토에서 열리는 종합예술축제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이 축제는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르반티노’는 ‘세르반테스’를 스페인어로 읽은 것. 과나후아토대 학생들이 세르반테스의 짧은 막간극을 도시 광장에서 공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연 행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자 정부의 지원 아래 1972년 제1회 축제를 열었고 지금은 세계 4대 종합예술축제로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
올해 축제는 10월7~25일 열리며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핵심 주제로 삼았다. 27개국에서 모여든 3000명 이상의 예술가가 참여해 연극, 무용, 콘서트, 전시, 워크숍 등 450개 이상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도시 곳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주목할 행사도 많다. 특별 초청국으로 선정된 칠레, 콜롬비아, 페루는 라틴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 메스티조 혼합 문화의 풍성함을 선보인다. 또한 멕시코에서는 모랄레스(Morales)주가 특별 초청 주로서 청년과 어린아이를 향한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이내믹한 예술세계를 표현한다. 아울러 벨기에의 아니마 에테르나(Anima Eterna) 오케스트라는 멕시코 최초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당대 악기로 연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연 표는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는 후아레스 극장 건물 서쪽에 있는 입장권 판매처에서 사면 된다.
먹거리전 세계 맥주 축제의 최고봉 독일 옥토버페스트
매년 가을, 맥주 애호가들의 눈은 독일로 향한다. 뮌헨에서 해마다 열리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de/en)는 세계 제일의 맥주 축제로 손꼽힌다. 올해로 182회를 맞는 옥토버페스트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린다.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드비히와 작센의 테레지아 공주의 결혼을 축복하는 모임에서 시작돼 1819년부터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현재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맥주 애호가들은 매년 600만~700만명에 달한다.
축제의 주요 장소는 뮌헨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레지엔비제 광장이다. 19일 열리는 개막식에서 뮌헨 시장은 옥토버페스트에서 사용할 첫 번째 맥주통을 개봉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의 첫 번째 일요일에 열리는 전통 의상 퍼레이드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참여 인원이 9500명에 이르며 독일 전역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참석한다. 퍼레이드는 막시밀리안 거리를 출발해 카이저 루드비히 광장을 지나 옥토버페스트 행사장까지 이어진다. 행사의 선두에는 시의 마스코트인 ‘뮌헨의 아이’가 서고,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과 밴드, 무용단, 깃발 등이 그 뒤를 따라가며 흥겨운 장을 펼쳐낸다.
맥주회사들이 행사장에 세우는 초대형 텐트는 최대 1만명까지 수용하며 모두 14개가 설치된다. 텐트 안에 들어선 사람마다 맥주를 마시며 웃고 춤추는 모습은 취하지 않은 사람들도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행사 중 선보이는 맥주가 30종이 넘으며 올해 공식 맥주 가격은 최저 10유로에서 최고 10.4유로 정도로 지난해보다 3.17% 올랐다. 축제장에 나오는 맥주는 일반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이 더 높으니 주의할 것.스위스 목동이 직접 짠 치즈를 만난다, 소몰이·치즈 축제
스위스 목동들은 여름이 되면 마을 전체의 소떼를 몰고 알프스 고지대에 가서 머문다. 이들은 여름 내내 소떼에게 목초를 먹이고 갓 짜낸 우유로 치즈를 만드느라 쉴 틈이 없다. 스위스 전통악기 알프호른 연주나 돌 던지기, 씨름 등이 발달한 것도 목동들의 외롭고 고된 생활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오면 목동들은 여름 내내 만든 치즈를 가지고 소떼와 함께 산을 내려온다. 이것이 알프스 가을 축제의 신호탄이다. 소몰이 축제의 주인공은 목동과 치즈와 함께 내려오는 소다.
취리히에서 동쪽으로 72㎞ 떨어진 우어내쉬에서도 소몰이 축제가 벌어진다. 19일 개최 예정인 행사로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진다. 축제 퍼레이드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어린 목동들이 앞장서고 앞치마를 두른 소녀들이 이끄는 뿔 없는 아펜첼 염소가 뒤따른다. 그 뒤로는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목동이 화려하게 치장한 세 마리의 소를 몰고 내려온다. 스위스 소 특유의 커다란 방울도 화려한 띠로 장식되며 덩그렁대는 소리가 알프스를 울린다. 마지막은 전통 의상을 입은 네 명의 목동과 나머지 소들이다. 마차와 돼지도 퍼레이드의 한 부분이다.
목동들이 가져온 치즈는 마을 사람들이 맡긴 소의 숫자와 비례해 분배하는데, 여기서 치즈 축제(cheese-festival.ch)가 기원했다. 융프라우 입구인 인터라켄에서 남쪽으로 18㎞ 떨어진 슈테첼베르그에서는 26일 치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치즈를 서로 나눠 갖는 행사다.
즐길거리가을에 만나는 봄꽃의 제전, 캔버라 플로리에이드
남반구에 자리 잡은 호주에서 9월은 봄의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 커먼웰스 공원에서 열리는 플로리에이드(floriadeaustralia.com)는 남반구 최대의 봄축제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4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든다. 올해 축제는 12일부터 10월11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전시되는 꽃은 튤립이 주종을 이루며 붓꽃, 나팔수선화, 제비꽃, 국화, 데이지 등 100만송이가 넘는 꽃이 공원을 알록달록한 캔버스로 바꾼다.
꽃뿐만 아니라 유명 요리사의 요리 시연, 서커스, 라이브 음악 연주, 정원 가꾸기, 원예학 강의 등 각종 이벤트가 열려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매주 이벤트 프로그램이 바뀌기 때문에 이벤트에 따라 축제 기간 중 다시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낮에만 열리던 플로리에이드 축제는 2008년부터 ‘나이트페스트’가 추가된 뒤 더욱 매력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화려한 밤의 축제인 나이트페스트는 멋진 조명으로 공원을 밝히는 이벤트 행사다. 관람객은 환한 조명과 어우러진 꽃들 사이를 거닐며 동화 속 나라에 온 듯 로맨틱한 분위기에 푹 빠질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영화, 야시장, 음식, 와인 등도 즐길 수 있는 나이트페스트는 23~27일 열린다.
캔버라 시내 중심부에서 축제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방문객을 위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페리를 타고 행사장까지 갈 수도 있다. 낮에 열리는 플로리에이드 입장료는 무료이며, 나이트페스트 입장권은 성인 27호주달러. 음료가 포함된 페리 이동과 우선 입장 등을 할 수 있는 VIP티켓은 120호주달러.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과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다.골든 리프의 진수를 캐나다에서…밴프 레이크 루이스 원더폴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지만 캐나다의 가을은 강렬한 빛으로 더 뜨거워진다. 캐나다 동부가 빨간 단풍으로 물들어 갈 때 서부의 로키 지역은 황금빛으로 탈바꿈한다. 밴프의 레이크 루이스 국립공원(banfflakelouise.com)은 ‘레이크 루이스 원더폴’을 10월12일까지 연다.
로키의 가을을 장식하는 노란색의 주인공은 라치라고 불리는 낙엽송이다. 이 나무는 산악지대에서도 20~45m까지 자라며 9월 말 즈음에 2주 동안 황금색의 절정을 이룬다. 숲과 산봉우리, 빙하호가 노랗게 물든 가을의 로키는 상상 이상의 절경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하이킹을 하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도 있다.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은 레이크 루이스에서 출발해 왕복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리는 편도 3.4㎞ 길이의 코스다. 좀 더 긴 구간을 원한다면 편도 8.6㎞ 길이의 보울더 패스를 이용하면 된다. 난도가 높은 편이며 왕복 6시간 정도 걸린다.레이크 루이스 국립공원은 9월 말까지 주말 동안 레이크 루이스 동쪽 주차장에서 모레인 호수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셔틀버스를 통해 일반 차량으로 접근하기 까다로운 구간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장점. 축제 기간 중에는 하이킹, 사진 강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