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소산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칼데라(caldera)는 스페인어로 냄비라는 뜻이다. 원래는 카나리아 제도 화산섬의 푹 들어간 지형인 와지에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보통명사로 쓰인다. 칼데라는 화산이 폭발해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고 나면 마그마가 빠져나간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화구가 무너져 내려 땅이 크게 함몰해 생긴 지형을 말한다.

대표적인 칼데라는 백두산 천지다. 함몰한 지형에 물이 고이면 칼데라 호로 부른다. 화산활동은 있었지만 화구가 함몰하지 않고 그대로 막혀버린 것은 화구호라고 해서 칼데라와 구분한다. 한라산 백록담이 바로 화구호다. 칼데라 지형은 대체로 함몰한 분화구와 외륜산으로 구성돼 있다. 백두산 천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봉우리들이 외륜산이다.칼데라의 규모를 보면 과거 얼마나 큰 화산이 폭발했는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 14일 분화를 시작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소재 아소(阿蘇)산(1592m)은 분화구 크기가 동서 17㎞, 남북 25㎞에 둘레만 120㎞에 달해 세계 최대 칼데라로 꼽힌다. 백두산 천지가 동서 3.5㎞, 남북 4.5㎞. 둘레 13㎞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만하다. 약 9만년 전 대폭발로 지금 같은 분화구가 만들어졌다는데 당시 화산 분출물의 양이 1707년 폭발해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후지산 분화 시 분출물의 거의 1000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 화산재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는 물론 한반도에까지 날아왔을 정도다.

현재 연기가 지상 2㎞ 상공까지 치솟고 있어 일본 당국은 입산금지를 뜻하는 ‘레벨3’의 경보를 발령했다. 아소산은 ‘불을 뿜어내는 산’이라는 뜻의 이름이 말해주듯, 과거에도 수시로 분화했다. 이번 분화는 197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재앙적 수준의 대규모 분화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 지구적인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소위 ‘파국화산’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화산 활동은 워낙 예측이 어려운 만큼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태다.

무엇보다 아소산에서 서울까지의 직선거리가 불과 650㎞로 아소산~도쿄 직선거리(900㎞)보다도 가까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내에서도 걱정이 적지 않다. 아소산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데다 후쿠오카와 불과 60㎞ 거리이고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과도 멀지 않아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나저나 백두산 폭발이 임박했다고 한동안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바다 건너 일본 화산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나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